'PD수첩'의 서정문 PD가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의 부인 故 이미란 씨 사건을 재조명한 이유를 밝혔다.
6일 서정문 PD는 미디어 오늘과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7월 장자연 사건을 다루며 이미란 씨 유족과 접촉할 기회가 있었고, 단순 재벌의 가정사가 아니라 그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확인해 취재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방송된 'PD수첩'은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라는 제목으로 방용훈 사장의 부인 고(故) 이미란 씨의 사망 사건을 다뤘다.
제작진은 수사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했다면서 고인의 마지막 음성 메시지와 유서를 공개하고 방용훈 사장과의 인터뷰 내용도 담았다.
이미란 씨는 2016년 9월 1일 한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고인이 사망 전 친오빠인 이승철 씨에게 남긴 음성메시지에는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썼는데 조선일보 방용훈을 어떻게 이기겠어요. 겁은 나는데 억울함을 알리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어요"라는 호소가 담겨있었다.
또한 유서에는 "4개월 간 지하실에서 투명인간처럼 지냈고 (사설 구급차로) 강제로 끌어내 내쫓긴 그날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제 시도가 실패할 경우 방용훈이란 남편이 어떤 가혹한 행위를 뒤에서 할지 죽기로 결심한 두려움보다 그게 더 무섭다"라고도 썼다.
이미란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뒤 방용훈 회장과 그의 아들은 2016년 11월 1일 고인의 친언니 집에 찾아가 얼음도끼와 돌을 들고 행패를 부렸으나 용산경찰서는 불기소(혐의 없음) 의견을 냈다.
서정문 PD는 "가족간의 갈등이 있다고 사설 구급차를 동원해 어머니를 내쫓고, 그 가족이 얼음도끼와 돌멩이를 들고 이미란 씨의 친정을 찾는 건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라며 "무엇보다 형사 사법 기관이 피의자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수사를 전개했다는 것을 취재하며 확인했다"고 밝혔다.
'PD수첩'이 이 사건에 대해 취재하자 방용훈 사장에 묻자 그는 도리어 "그렇게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 게 쉽다"면서 "녹음하고 있을 테지만 편집하지 말고 확실히 해라. 살면서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 이건 협박도 뭐도 아니다"라고 했다.
서 PD는 SNS에 이같이 말한 사실을 올리면서 "애가 있느냐고도 물었다"라며 "설명키 힘든 기분을 안고 방송 완제품 마무리 중"이라고 썼다.
그는 인터뷰에서 "(해당 발언은) 독특했던 취재 경험"이라며 "취재 당시 강한 압박으로 느껴지지 않았지만 제 안위를 생각해서 그의 해명을 담는 차원에서 공개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서 PD는 방용훈 일가의 이야기에 대해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서 추가 취재 계획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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