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여 가구 동시 입주
기존 아파트 3만여 가구 불과
4.5억 예상 전셋값 2억원 '뚝'
"입주 10% 넘으면 충격 커"
[ 구민기 기자 ] 지난달부터 경기 의왕시 전셋값이 급락하고 있다. 전국 하락률 1위를 기록할 정도다. 백운호수 주변으로 들어서는 신규 대단지들이 대거 입주하는 영향이다.
최악의 전셋값 폭락 사태 발생
6일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의왕시 청계동 휴먼시아 전용 84㎡ 전세매물은 지난 4일 3억원에 거래됐다. 작년 거래가(4억2000만~4억6000만원)에 비해 최대 1억6000만원(33%) 급락했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인근 ‘의왕백운밸리 효성해링턴플레이스(2480가구)’ 입주가 시작되자 전셋값 하락 불똥이 의왕시 전체로 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28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의왕백운밸리 효성해링턴플레이스의 전셋값도 예상보다 2억원 낮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의 전세호가는 2억5000만~3억원 선이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백운호수를 끼고 있는 대단지 새 아파트여서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주변 아파트 수준인 4억5000만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다”며 “전셋 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려고 했던 이들이 급매물로 내놔도 반응이 없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의왕시 전세가는 지난 2월 첫째주부터 급락을 거듭했다. 2월 4일 집계된 의왕시의 주간 아파트 전세가 변동률은 -0.56%였다. 그 다음주 하락폭(0.11%)이 줄어드는 듯하다가 이후 다시 0.87%와 0.75% 급락했다. 시·군·구별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하락률이다. 작년 11월부터 매주 0.01~0.10% 정도 소폭 하락하다 2월 초부터 하락폭이 급격히 커졌다. 경기도 평균 하락폭도 크게 웃돈다. 경기도 전셋값은 지난달 주간 단위로 0.1% 안팎 떨어졌다.
신규 입주 아파트 전셋값이 인근 민간임대아파트 임대료 아래로 떨어지면서 애꿎은 임대아파트 공급업체와 시청이 유탄을 맞고 있다. 2017년 1월 계약한 ‘의왕백운밸리 골드클래스’ 전용 84㎡ 임대료는 보증금 3억7150만원에 월세 12만6000원이다. 전세로 환산하면 보증금이 5억800만원에 달한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임대아파트 거주자들이 민간 아파트 거주자보다 높은 임대료를 부담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화가 난 임대아파트 거주자들이 시청과 공급업체에 임대료를 내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아파트의 12% 새 아파트 입주
급락의 원인은 새 아파트 입주가 몰려서다. 의왕에선 올 1월 ‘의왕장안지구파크푸르지오’(1068가구)가 입주를 시작한 데 이어 2월 의왕백운밸리 효성해링턴플레이스(2480가구)가 집들이에 들어갔다. 다음달에는 학의동에서 420가구 규모의 ‘의왕백운밸리 골드클래스’가 입주한다. 이들 3개 단지 입주물량(3968가구)은 의왕시내 기존 아파트(3만4050가구)의 12% 수준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규 입주물량이 기존 재고물량의 10분의 1을 넘으면 시장이 단기간에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수개월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의왕에선 개발제한구역이 많아 대규모 새 아파트 단지들이 지금까지 별로 없었다”며 “재고 아파트 숫자가 많지 않다 보니 대단지 아파트 입주에 따른 ‘입주 쇼크’가 다른 지역보다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동남권의 역전세난도 의왕시 전셋값 급락에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의왕백운밸리 효성해링턴플레이스가 들어서는 학의동에서 서울 서초구까지는 차로 15분 정도 걸린다. 학의동 K공인 관계자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곳으로 이사오려는 강남권 세입자가 더러 있었다”며 “역전세난으로 기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이사를 포기하는 사람도 심심찮게 있다”고 설명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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