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대한민국 직업교육 리포트
[ 김동윤/공태윤 기자 ] 한국의 직업교육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제대로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춰 세계 주요국이 직업교육 혁신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시대적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이 5일 국내 64개 주요 기업 인사담당자들에게 “한국 고교 직업교육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효과적으로 양성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전체 응답자의 68.8%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그렇다”고 한 응답은 31.2%에 그쳤다. “한국의 직업교육이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교육과정에 기업 실무자가 참여해 실무 중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답변이 45.3%로 가장 많았다. ‘새로운 산업 트렌드에 맞는 전공교과 신설’(20.3%)이 뒤를 이었다.
주요 선진국은 직업교육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하고 있다. 영국은 새로운 직업교육 개혁안을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은 의무적으로 도제교육생을 받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일본은 고등교육 수준의 직업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4년제 ‘전문직대학’을 신설했다.
인사담당자 10명 중 6명 "고졸 실력, 대졸 못잖아"
국내 기업·금융회사·공기업 64곳의 인사담당자(팀장급 이상)들은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벌인 온라인 설문에서 직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고졸인재들의 업무 성과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고졸인재 채용 경험에 비춰봤을 때, 그들의 업무 성과는 어땠나’고 물었더니 응답자의 57.8%는 ‘특정 기술을 요구하는 분야에선 대졸인재 못지않은 성과를 냈다’고 답변했다. ‘아무래도 대졸자에 비해서는 성과가 떨어졌다’는 답변은 39.0%에 그쳤다.
‘올해 고졸인재 채용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60.9%가 ‘있다’고 답했고, 37.5%는 ‘없다’고 대답했다. 올해 채용계획이 있는 기업들에 채용 예정 규모를 물었더니 ‘미정’(46.8%), ‘지난해 수준’(29.6%)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고졸인재 취업률이 2017년 50.7%에서 지난해 40.6%로 급락한 것에 비춰볼 때 올해 역시 직업계고 출신들의 취업활동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최근 기업들이 고졸인재를 많이 뽑지 않는 데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이유는 ‘경기 둔화로 전체 채용 규모를 줄여서’(40.6%)였다. 작년 한 해 경기 둔화로 전체 취업자 수 증가폭이 9만7000명으로 전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여파가 고졸인재 취업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대졸 구직자들이 풍부해 굳이 고졸 출신을 뽑을 이유가 없어서’(32.8%), ‘고졸인재들이 하던 직무가 과거보다 많이 줄어서’(6.2%) 등과 같이 구조적인 요인으로 고졸인재 채용을 줄이고 있다는 응답도 많았다.
정부는 고졸인재 취업을 장려하기 위해 ‘청년내일채움 공제’, ‘고교취업연계 장려금’ 등의 지원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정책을 알고 있다는 기업 인사담당자는 53.1%였고, 나머지 46.9%는 모르고 있었다.
김동윤/공태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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