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노 박사의 시장경제 이야기 (71) 선택권
임진왜란 당시, 바다에 이순신 장군이 있었다면 육지엔 정기룡 장군이 있어 왜구를 막아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정기룡 장군은 어려서부터 말달리기와 활쏘기를 좋아했고, 아이들과 병정놀이를 할 때는 잘못한 아이에게 군령으로 벌을 내릴 만큼 남다른 비범함이 있었다.
정기룡 장군
훗날 무과에 급제한 정기룡 장군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왜구를 상대로 백전백승의 전적을 올리며 조국을 지키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정기룡 장군에게도 뜻밖의 시련이 오고 말았다. 치열했던 진주성 싸움에서 끝내 부인을 잃게 된 것이다. 장군은 가슴이 찢어질 듯 깊은 슬픔에 빠졌지만, 선조 27년 공무를 위해 전주의 권 현감 집에 잠시 머물게 되면서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권 현감에게는 미모와 덕을 겸비한 외동딸이 있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총명함과 선견이 있어 딸에 대한 사랑이 여간하지 않았다. 그런데 딱 한 가지, 권 현감에게도 딸에 대해 심각한 고민거리가 있었다. 딸이 시집 갈 나이가 다 되어 배필을 정해 주려고만 하면, 번번이 시집을 가지 않겠다며 한사코 뜻을 꺾지 않았던 것이다.
하루는 답답한 마음을 참지 못한 권 현감이 딸을 불러놓고 시집을 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물었다. 그러자 숙연히 듣고 있던 딸은 가만히 입을 열어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결혼 선택권
“아버님, 혼사는 인륜대사 중에 대사이온데, 만약 부모님이 정해 주신 배필이 옳은 배필이 아니면 제 평생을 그르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부모님께도 불효가 될 터이니, 제 배필은 제가 구하도록 해주십시오.”
권 현감은 공손한 말투 속에 딸의 심지가 굳게 서려 있음을 감지하고 더 이상은 혼사를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 어느덧 딸은 노처녀가 되었고, 그 무렵 권 현감의 집에 정기룡 장군이 찾아왔던 것이다.
권 현감의 딸은 준수한 외모에 늠름한 풍채와 총기 어린 눈빛의 정기룡 장군을 보자 마침내 자신의 배필을 찾았다며 아버지에게 혼사를 요청하였다. 권 현감도 정기룡 장군이 믿음직스러웠고, 모처럼 딸이 혼인을 결심했던 터라 딸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권 현감의 청을 들은 정기룡 장군은 선뜻 대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뜻밖의 요청이기도 하거니와 자신은 이미 혼인을 하여 부인을 잃은 홀아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 현감은 이를 개의치 않았고, 마침내 정기룡 장군과 권 현감의 딸은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다.
한편 권 현감의 딸에게는 그녀만이 길들일 수 있는 명마가 있었는데, 정기룡 장군은 권 현감의 딸과 혼인을 하게 됨으로써 현명한 아내와 명마를 동시에 얻을 수 있었고, 처가의 재력을 도움받아 왜적을 무찌르는 데 사용할 무기도 만들 수 있었다. 결국 권 현감 딸의 선택이 본인은 물론, 정기룡 장군에게도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 것이다.
자유로운 사회
하지만 권 현감의 딸이 우려했던 대로, 아버지가 선택한 사람과 혼인을 했더라면 그녀와 정기룡 장군의 운명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만약 다른 누군가의 선택 때문에 내 인생이 잘못된다면 그보다 더 불행하고 억울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배우자뿐만이 아니라 무엇을 먹을지, 어디에 살 것인지, 어느 학교에 다니고 어떤 직장을 다니며 어느 곳으로 여행을 갈 것인지……,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자유가 없으면 선택할 권리라는 것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선택은 자유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선택권이 잘 보장되는 사회라야 자유로운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기억해주세요
자유가 없으면 선택할 권리라는 것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선택은 자유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선택권이 잘 보장되는 사회라야 자유로운 사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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