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명물로 뜬 베트남 요리
결혼 이주 여성 늘어나며 '시장 맛집' 베트남 식당 등장
[ 김보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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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에서 남서쪽으로 약 300㎞, 차로 6시간 넘게 가야 하는 까마우. 이곳에서 나고 자란 스무 살의 응우옌투흐엉 씨(한국명 김재희)는 2005년 한국 남성과 결혼해 서울로 왔다. 수유동에 자리를 잡고 두 아이를 낳아 길렀다. 육아를 하면서 재봉 기술자로 일했다. 청바지와 니트를 만들고, 축구선수 유니폼도 지었다.
순식간에 지나버린 14년. 그동안 고향엔 네 번밖에 다녀오지 못했다. 재봉틀을 마주할 때마다 그리운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베트남 전통요리 셰프이던 엄마의 손맛을 기억하며 “언젠간 고향 맛으로 가득한 베트남 식당을 하겠다”고 꿈꿨다.
3개월 전 꿈은 현실이 됐다. 재봉 일로 모은 돈으로 수유시장 인근에 작은 가게를 냈다. 가게 이름은 ‘베트남 맘(MOM)쌀국수’. 이 식당은 수유시장 길 끝 골목에 있지만 이미 한국에 있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자자하다. 멀리 경기 남양주와 의정부에서도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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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진짜 맛은 시장에 있다
베트남 여성들이 운영하는 맛집은 전국 시장에 숨어 있다. 현재 국내 결혼 이주 여성의 국적은 베트남이 27.7%로 가장 많다. 2016년부터 중국을 추월했고, 계속 늘고 있다. 베트남 이주 여성들이 운영하는 식당은 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경기 김포, 파주, 안산, 수원, 의정부, 평택과 서울 강북지역 시장에 집중돼 있다. 멀리는 충남 아산 온양, 충북 제천, 경남 진주, 전남 여수 등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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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대형 프랜차이즈 쌀국수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메뉴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다. 기본 쌀국수 메뉴 외에 돼지족이 뼈째 들어간 분리우, 순대국처럼 돼지 내장으로 진하게 끓여낸 해장국 짜우롱 등은 베트남 좀 다녀본 사람들도 잘 모르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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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맛’ 전하는 경기지역 고수들
서울 종암시장에는 지도에도 안 나오는 베트남쌀국수집이 있다. 쌀국수 월남쌈 볶음밥 에그롤 분짜 등이 전부지만 소박한 한 그릇에는 베트남의 맛이 그대로 담겨 있다. 2005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류티터언 씨(52)는 지난해 6월 종암시장에 작은 가게를 열고 쌀국수 장사를 시작했다. 모든 메뉴 가격은 5000원. 하노이 출신인 류티터언 씨의 음식은 간이 심심하고 맛이 깔끔해 동네 어르신들도 자주 찾는 쌀국수집이 됐다.
경기지역 시장은 고수들의 전쟁터다. 파주 금촌시장 골목 안에 있는 ‘괴흐엉관’은 모녀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붐비는 맛집이다. 괴흐엉관은 ‘고향 생각’이라는 뜻. 월남쌈부터 각종 쌀국수가 베트남식으로 나온다. 기본 쌀국수 외에 양념한 돼지고기를 밥에 올려 먹는 껌스언느엉과 곱창볶음인 롱파라우, 족발쌀국수인 분리오후에 등이 있다. 짜우김쉔 괴흐엉관 대표는 “베트남이 소고기를 먹는 문화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 생겼고, 전통적인 맛을 찾는 베트남 손님들은 돼지고기를 기본으로 하는 메뉴를 더 많이 찾는다”고 했다.
이 밖에 평택 통복시장과 김포 통진시장의 ‘베트남쌀국수’, 수원의 연무시장 ‘베트남쌀국수’와 역전시장 ‘고향식당’, 화서시장 ‘포보 남딘’, 인천 부평시장의 ‘포다쌀국수’, 경기 안산역 앞 ‘베트남고향식당’ 등이 유명하다. 제천 역전시장의 ‘베트남쌀국수’, 경주 중앙시장 ‘사거리식당’, 아산 온양시장 ‘월남댁쌀국수’, 여수 여수시장 ‘전티마이’ 등도 소문난 집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