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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읽기|형사·검사 가고 브라운관 강타한 사제들…퇴폐+코믹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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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안방극장 드라마의 모든 주인공들이 형사, 검사, 변호사 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사제'시대다. 카톨릭 신자인 사람이 아니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업도 아닌데 이들의 모습이 친숙해 졌다. 드라마, 영화의 주연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개봉된 영화 '검은 사제들'이 쏘아 올린 공은 OCN '손 더 게스트', '프리스트'에 이어 SBS '열혈사제'까지 이어졌다.

강동원이 출연한 '검은 사제들'까지만 해도 세상과 단절된 채 빙의 된 신자들을 구하는 구마사제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었다.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은 최근 개봉한 목사의 이야기를 다룬 '사바하', 각본에 참여한 '시간위의 집'에서 사제를 연달아 등장시키기도 했다.

근래에는 여러 장르의 드라마에서 등장해 극을 중추적으로 이끌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돼 시청자들도 더 친밀하게 느낀다.



브라운관으로 넘어온 사제의 모습은 조금 달랐다.

지난해 한국형 엑소시즘 장르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는 OCN '손 the guest(더 게스트)'에서 김재욱이 연기한 사제 최윤은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이 연기한 최부제와는 사뭇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최부제가 구마의식에 참여하면서 날라리 신학생에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위험도 감수하는 성직자로 거듭났다면, 최윤은 처음부터 신앙심이 깊고 원칙을 중시하는 인물로 등장했다.

전작 '보이스'에서 '퇴폐미' 가득한 모습으로 사랑받은 그는 경건한 사제 복장을 그 나름의 매력을 새롭게 소화하면서 엑소시즘극의 오묘한 분위기를 고조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손 더 게스트'로 재미를 본 OCN은 의학 드라마와 엑소시즘을 결합해 '프리스트'를 연이어 내놨다.

'손 더 게스트' 만큼의 파급력은 없었으나 주인공으로 두 명의 사제를 등장 시킨 점은 흥미로웠다.

오수민 역 연우진과 문기선 역 박용우는 가톨릭병원에서 벌어지는 초현실적인 현상들 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쏟는 사제로 열연했다.

'손 더 게스트'에 이어 '프리스트'까지 성직자를 내세운 엑소시즘이 어엿한 하나의 드라마 장르가 된 것을 증명하는 데 역할 했다.


최근엔 사제라는 직업을 조금 더 가벼운 터치로 그려낸 작품이 눈에 띈다. 김남길이 주연을 맡은 SBS 드라마 '열혈사제'다.

이 드라마는 다혈질 가톨릭 사제 김해일(김남길 분)과 바보 형사 구대영(김성균 분)이 살인 사건으로 만나 어영부영 공조 수사를 시작하는 익스트림 코믹 수사극을 표방하고 있다.

엑소시즘극 속 어딘가 신비스럽고 차분한 이미지의 사제들과는 180도 다른 게 특징이다. 김남길은 전직 국정원 요원으로 분노 조절 장애를 겪는 사제 역을 맡았다.

"성당도 신자 좀 가려받아야 한다", "신자들 마음 편하라고 악인들 죄까지 다 용서해주면 안 된다"는 대사는 시청자에게 뜻 밖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신선한 설정에 시청률도 방송 2주 만에 전국 시청률 16.2%(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는 등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젊은 시청자가 선호하는 장르극 제작이 늘면서 OCN을 중심으로 오컬트 소재를 드라마에서도 적극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며 "구마 의식 등 안방극장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사제 캐릭터가 시청자 호기심을 자극했고, 토속 신앙과의 대비나 조화를 통해 재해석한 한국식 사제를 탄생시켰다"고 설명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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