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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제재 완화 수위 놓고 트럼프·김정은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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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美·北 핵담판 왜 결렬됐나

김정은 "제재 다 풀어달라"vs 트럼프 "모든 核 포기하라"



[ 박동휘 기자 ]
미국과 북한의 ‘하노이 핵담판’이 ‘노 딜(no deal)’로 끝났다. 양측이 요구해온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 수준을 놓고 간극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1분이 아깝다”며 대북 제재의 전면 해제를 요구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비밀 우라늄 농축 핵시설의 신고를 압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제재 완화를 요구했지만 우리(미국)가 들어줄 수 없었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 말에서 협상장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김정은의 과도한 청구서?

결렬 원인은 미·북 양측의 입장 차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대북 제재의 전면 해제를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서명이 들어갈 수 없는 청구서였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김정은이 미국의 수용 범위를 넘어서는 주장을 했을 가능성은 농후하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금껏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해왔다. 북측은 제재 완화를 응당 받아야 할 조치로 간주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장을 폐기한 것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이뤄진 3차 남북한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의 ‘선물’을 다시 한 번 요구했다. 풍계리와 동창리에 대한 국제 검증을 받아들일 테니, 미국이 상응 조치를 내놓으면 영변 핵시설 동결과 사찰도 수용하겠다고 공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세 번에 걸친 정상회담으로 중국을 뒷배로 안은 김정은이 하노이 회담에서의 성과에 목말라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했을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더라도 의문은 여전하다. 하노이 회담 전까지만 해도 북측이 조건부·단계적 제재 완화라는 ‘당근’을 받아들일 것이란 견해가 많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 경협 부담을 떠안겠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이 금강산 관광 등 일부 남북 경협에 대해 제재를 면제해 주면 북측도 영변 핵폐기 등 추가 행동에 나설 것이란 신호로 해석됐다.

트럼프 “북한 핵 다 포기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과는 다른 상황이 전개됐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측이 영변 핵폐기에 만족하지 않았을 것이란 추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으로 영변 핵시설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영변 핵시설보다 ‘+α’를 원했던 것 아니냐. 나오지 않은 것 중 우리가 발견한 게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로 발견한 게 우라늄 농축 시설 같은 것이냐는 물음에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에 북한이 놀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월 31일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작년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정은의 면담을 소개하며 “북한이 플루토늄 및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 등 모든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영변+α’가 미국이 생각하는 ‘빅딜’의 기준점이었다는 얘기다.

기존 북한의 주장에 비춰보면 영변 핵시설 동결 외 다른 핵물질 생산시설 공개는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 사항일 수 있다. 특히 강선 등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은 한 번도 국제사회에 공개된 적이 없다.

영변 외 핵시설에 대한 언급은 그동안 북한이 극도로 거부 반응을 보인 요구 사항이다. ‘신고서 제출’의 시작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핵의 최종 해결을 위해선 미국이 파악한 북한 핵의 전모와 북측이 제출한 신고서 간 대조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포르 1차 회담 직후인 8월까지만 해도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강조하며 핵무기·시설 신고를 요구했다. 그러다 단계적·병행적 북핵 전략을 선호하는 비건 대표가 작년 11월부터 대북 정책을 지휘하면서 신고서 제출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정상회담 전 의제 협상이 너무 촉박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라고 평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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