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자의 양심
배리 골드워터 지음 / 박종선 옮김 / 열아홉 / 268쪽│1만5000원
[ 은정진 기자 ] “보수는 보수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개혁해야 한다.” 보수주의의 시조로 꼽히는 영국 정치사상가 에드먼드 버크(1729~1797)가 한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보수를 표방하는 정당과 보수주의자들을 돌아보게 한다. 한 시대를 버티기 위한 전략을 넘어선 보수의 철학과 보편적 원칙은 있었을까.
미국 보수주의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배리 골드워터 전 상원의원(1909~1998)이 쓴 《보수주의자의 양심》은 ‘보수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원론적 질문에 충실히 답하고 있다. 미국에서 1960년 나온 책으로 국내엔 처음 번역 출간됐다.
그가 말한 보수주의엔 명확한 원칙이 있다. 저자는 “자유 수호에 있어서 극단주의는 결코 악이 아니며, 정의 추구에 있어서 중용은 미덕이 아니다”고 서술한다. 적당한 타협보다는 철저한 원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1964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지만 ‘우익 극단주의자’로 몰리며 50개 주 가운데 44개 주에서 패배했다. 선명한 원칙을 강조한 그의 보수주의 철학은 정치인들이 위기 때마다 타협을 통해 생존하는 방식과 대척점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미국 보수주의를 되살리는 불씨 역할을 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보수주의 정치인이 그를 추종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이민자 배제’ ‘멕시코 국경선 장벽 설치’ 등 다소 극단적인 공약으로 보수주의자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책을 통해 그가 언급한 보수주의의 원칙은 무엇일까. 저자는 ‘개인의 자유’ ‘시장경제’ ‘작은 정부’ ‘강력한 국방’ 네 가지를 꼽았다. 이 중 저자는 개인의 자유에 가장 집중한다. 인간의 본질은 자유며, 자유가 위축되면 인간 존엄성이 훼손된다고 봤다. 자유를 지키고 확대하는 게 보수주의자의 책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책은 정치 구조가 한국과는 다른 미국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는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을 뿐 상생해야 할 파트너라는 점을 균형 있게 제시한다는 점에서 진영을 떠나 눈여겨봐야 할 고전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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