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라이징 스타
(7) 신일평 라임자산운용 매니저
'시장 왜곡' 인정하고 투자해야
[ 최만수 기자 ] 코스피지수가 2200선을 회복하면서 주식시장에 ‘봄’이 찾아왔지만 투자자의 마음은 아직 무겁다. 연초 상승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주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황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에 선제적으로 비중을 줄인 펀드매니저가 많았지만 시장은 거꾸로 움직였다. 국내 중소형 주식형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6.83%(22일 기준)로, 코스피지수 상승률 9.29%에 못 미치고 있다.
신일평 라임자산운용 매니저(39·사진)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만들어낸 시장 왜곡 현상”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약 5조원의 외국인 자금이 대부분 ETF 등 패시브 자금 형태로 들어오면서 대형주 주가가 먼저 움직였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ETF는 시가총액 비중대로 주식을 기계적으로 사들이기 때문에 대형주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신 매니저는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이 크게 빠졌다가 다시 들어오는 구간에서는 이런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며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만 보고 투자하면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반도체주에 투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 매니저는 옛 KDB대우증권 퀀트(계량분석)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2014년 라임자산운용에 합류해 펀드매니저 경력은 5년차에 불과하지만 애널리스트 시절 닦은 거시적 안목을 바탕으로 투자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저평가된 종목을 사들이고 고평가된 종목은 공매도하는 롱쇼트를 비롯해 대체투자, 메자닌, 공모주 투자 등 다양한 전략을 활용한다. 신 매니저가 관여하고 있는 ‘라임 GAIA’ 펀드는 작년 하락장에서도 8.70%의 수익을 냈다.
신 매니저는 “ETF의 시장 왜곡을 이제 전략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의 판’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잣대로만 주식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기업을 분석하는 시대에서 사람을 분석하는 시대가 됐다”며 “기업의 가치만 믿고 장기 투자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빈집’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반등 가능성이 있지만 오랫동안 관심을 받지 못해 수급이 ‘비어 있는’ 종목을 뜻한다. 펀드매니저들은 빈집을 선호한다. 아무리 괜찮아 보여도 다른 기관투자가가 이미 많이 갖고 있는 주식은 잘 사지 않는다. 신 매니저는 “운용사 간 순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이 같은 투자자의 심리적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올라가는 주식이 더 간다’는 믿음에 바탕을 둔 이른바 모멘텀 투자도 국내뿐 아니라 세계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1등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강해지고 ETF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 매니저는 “앞으로 인공지능(AI), 머신러닝 시스템이 금융투자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다”며 “과거의 투자 방식을 고집하면 전문가로 인정받기 힘든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먼 미래처럼 느껴지지만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어느날 갑자기 투자의 A부터 Z까지 바뀌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거시경제를 판단할 때 외신을 기반으로 삼는다고 했다. 증권·경제 관련 뉴스만 보지 않고 정치·사회 뉴스까지 꼼꼼하게 살핀다. 신 매니저는 “큰 투자에 대한 통찰은 사회 뉴스에서 얻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해외 시사잡지도 즐겨본다. 신 매니저가 올해 유망하게 보는 주식은 5G(5세대) 이동통신 관련주와 방위산업 관련주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뿐 아니라 세계의 국방비가 증액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국 방어를 스스로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일본이 ‘초계기·레이더 논란’을 일으킨 것도 결국 군사 역량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에 투자하는 것도 중·장기적으로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매니저는 “작년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의 가치가 올라야 했지만 강(强)달러에 눌려 있었다”며 “인도 등 신흥국에서 금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어 금값이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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