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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발전도 결국…'외국産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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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車는 세계 1위인데 발전은 기술력 뒤져

美·日업체 배만 불려줄 판…기술확보 지원 시급



[ 서민준 기자 ] 정부가 육성을 추진 중인 수소연료전지 발전산업이 외국 기업에 잠식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소발전은 수소자동차와 함께 수소경제의 핵심축이다.

수소차는 세계 1위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수소발전은 뒤져 있다. 기초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가 부족한 탓이 크다. 그런데도 정부가 국내 산업을 키우기보다는 수소발전 비중 확대에만 속도를 내다 보니 국내 시장이 기술력에서 앞선 외국 업체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수소발전업계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업체 블룸에너지는 세계 최대 규모로 추진되는 충북 진천(80㎿ 규모)과 보은(100㎿ 규모)의 수소발전사업에 발전설비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충청북도 관계자는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블룸에너지와 공급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에너지가 계약을 따내면 국내 수소발전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다.

블룸에너지 외에 일본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MHPS), 후지전자 등도 한국 시장 진출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

이들 외국 업체는 기술력에서 한국 기업보다 뛰어나다. 효율이 가장 높은 3세대 발전용 연료전지 기술을 상용화했다. 반면 국내 주요 수소발전업체인 두산과 포스코에너지는 각각 1세대, 2세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포스코에너지는 연료전지사업을 접으려 하고 있다. LG그룹은 3세대 기술 개발을 추진하다가 최근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의 태양광·풍력 확대 정책도 속도를 앞세우다 보니 결과적으로 장비를 공급하는 외국 업체만 좋은 일 시켜준 결과를 가져왔다. 일각에서는 수소발전 시장에서도 그런 결과가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0.3GW 수준인 수소발전 보급 용량을 2022년 1GW, 2040년 8GW까지 늘릴 방침이다. 8GW는 원자력발전소 8기 발전 용량에 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밀어붙이기보다 기초기술 확보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수소발전 키운다며 예산은 뚝 뚝…태양광처럼 외국社 '먹잇감' 될 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차와 연료전지 모두 2030년까지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연료전지는 수소를 통해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산업을 말한다. 정부는 현재 0.3GW 수준인 수소발전 설비용량을 2040년 8.0GW까지 늘리기로 했다. 원자력발전소 8기분에 해당한다. 수소발전을 태양광 못지않은 신재생에너지원으로 키우겠다는 정부 의욕이 반영돼 있다.

하지만 정부의 야심찬 육성책에도 수소발전업계는 웃지 못하고 있다. 원천 기술 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수소발전 확대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우리보다 기술력이 뛰어난 외국 기업만 좋은 일 시켜줄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블룸에너지 등 외국사 국내 진출 본격화

충청북도는 지난해 7월 진천군에 세계 최대 규모(80㎿급)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최대 시설인 경기그린에너지(58.6㎿)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다. 불과 5개월 뒤엔 이 기록마저 깨졌다. 한국동서발전이 충북 보은에 100㎿급 연료전지 발전소를 건립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수소발전소를 짓는 데는 연료전지 발전설비가 핵심이다. 하지만 정작 이 핵심설비 공급권은 국내 업체가 아니라 미국 에너지업체 블룸에너지가 가져갈 것이 유력하다. 블룸에너지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연료전지 기술을 보유했다고 평가받는다.

국내 수소발전 시장은 포스코에너지와 두산이 양분하고 있는데 블룸에너지가 진천과 보은 사업을 따내면 단숨에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다. 블룸에너지의 국내 판권을 SK건설이 갖고 있긴 하지만 유통 마진 등만 챙기는 구조여서 한국 판매에 따른 실익은 블룸에너지가 챙겨간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MHPS), 후지전자 등도 한국 진출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스코에너지와 기술 이전 계약을 맺고 국내에 설비를 공급해온 미국의 퓨얼셀에너지(FCE)도 단독 공급을 추진 중이다.

“외국계 시장 잠식은 시간 문제”

발전용 연료전지는 기술 발전 단계에 따라 1세대 인산형연료전지(PAFC), 2세대 용융탄산염형연료전지(MCFC), 3세대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로 나뉜다. SOFC가 가장 발전된 기술이다. SOFC의 전기 효율은 약 60%로 PAFC(43%), MCFC(50%)를 크게 웃돈다.

미국 블룸에너지와 일본 MHPS가 효율이 높은 3세대 SOFC 상용화 기술을 확보한 데 비해 국내 기업은 1, 2세대 기술에 머물러 있다. 두산은 PAFC, 포스코에너지는 MCFC를 생산한다. 중소기업 미코가 최근 SOFC를 개발했지만 아직 생산 능력이 소규모 가정·건물용 설비를 공급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LG그룹이 2012년부터 연료전지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LG퓨얼셀시스템즈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SOFC를 개발해왔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회사를 청산하기로 했다. 수소발전 시장이 조만간 외국산으로 잠식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료전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전 설비에서 전기 효율 10~20%포인트는 엄청난 차이”라며 “블룸에너지 등은 국내 판매 가격도 자국에서보다 상당히 낮추겠다는 전략이어서 한국 기업은 경쟁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경쟁력 확보부터 서둘러야”

전문가들은 의욕만 앞선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외국 기업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4년 외국산 점유율이 0%였던 풍력발전기는 지난해 9월 70%로 치솟았다. 태양광 모듈 역시 같은 기간 외국산 점유율이 17.1%에서 33.4%로 증가했다. 풍력과 태양광 시장도 수소발전과 마찬가지로 기술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급만 대폭 늘리다 보니 외국산의 먹잇감이 된 것이다.

수소발전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기업은 물론 정부도 나서 원천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하는데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은 미미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연료전지 R&D 예산은 215억원으로 2017년(253억원), 2018년(224억원) 예산보다도 적다.

김진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 총괄위원장(연세대 특임교수)은 “연료전지에 R&D 투자를 대폭 늘리고 외국 유망 기업과 인수합병(M&A)을 추진해 최신 원천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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