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락률 전국 1위
조선업황 개선 조짐에 반등
2월들어 '보합수준' 낙폭 줄고, 미분양 물량도 7% 가량 감소
[ 양길성 기자 ]
경남 거제시 아파트값은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떨어졌다. 1년간 20% 넘게 급락했다. 전셋값은 2016년 10월 이후 한 주도 쉬지 않고 하락했다. 집을 팔아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 전세’가 곳곳에서 속출했다. 조선업 등 기반 산업이 무너지고 아파트가 과잉 공급된 영향이었다.
이 같은 거제 부동산시장에 올 들어 온기가 돌고 있다. 일부 단지가 저점 대비 5000만~1억원 급등했다. 골칫거리이던 미분양 물량도 전년 대비 7%가량 줄었다. 전문가들은 “조선업 수주가 개선되고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판단에 따라 매수세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5개월 만에 1억원↑
25일 거제시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수월동 ‘거제자이’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3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8월 저점(2억4500만원)을 찍은 뒤 1억원 넘게 올랐다. 2016년 6월(3억6700만원)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지난해 9월 1억9750만원에 거래된 고현동 ‘e편한세상고현(전용 84㎡)’은 지난달 2억4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연초 수준 가격을 회복했다. 상동동 J공인 관계자는 “잠잠하던 매수세가 올 들어 살아나면서 지난달에만 매매·전세 거래가 30건 이뤄졌다”며 “새학기 이사 수요도 겹쳐 거래 가능한 물건은 열댓건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마이너스 웃돈’에 시름하던 신축 단지도 올 들어 분양가를 회복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준공한 상동동 ‘힐스테이트 거제(전용 84㎡)’는 이달 2억9500만원에 실거래됐다. 입주 이후 최고가다. 지난해 7월 기록한 저점(2억4800만원)과 비교하면 5000만원가량 올랐다. 지금은 3억원대를 호가한다. 4년 전 분양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문동동 ‘거제센트럴푸르지오(전용 84㎡)’도 이달 2억6700만원에 거래되며 분양가 수준을 회복했다. 이들 단지는 지난해 최고 5000만원 안팎의 마이너스 웃돈이 붙었던 곳이다. 현지 D공인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부산 대구 등에서 갭 투자자의 매수 문의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며 “매매값이 바닥을 쳤다는 판단에 따라 투자자가 실수요자보다 먼저 움직였다”고 귀띔했다.
조선업황 개선 호재
집값 반등은 통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매주 0.3~0.5%씩 떨어지던 거제시 아파트값은 이달 들어 보합 수준으로 돌아왔다. 거제시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12월 1694가구로, 전년 동기(1827가구) 대비 7.3% 감소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도심 중심으로 미분양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장기 침체에 빠져 있던 조선 업황이 조금씩 개선되면서 거제 부동산시장도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선박 수주 실적은 7년 만에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조선업 관련 고용은 지난해 9월 기점으로 3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최근 4개월간 2700명 늘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조선 업황 회복으로 관련 고용이 늘어난 점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경남도 숙원 사업인 남부내륙고속철도(김천~진주~창원~거제)가 지난달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으로 선정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추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정부 규제로 부동산 경기가 전국적으로 좋지 않은 데다 조선 업황 회복세도 아직 장담할 수준은 아니어서다. 지방 부동산이 호황을 이룬 2013~2014년만큼 거래량이 풍부하지 않은 점도 이유로 꼽힌다. 지난달 거제시 아파트 거래량은 343건으로 전년 동기(478건) 대비 적은 수준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4년 가까이 거제 아파트값이 떨어지자 반등을 노린 일부 매수자가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지역 경기가 장기적으로 받쳐주지 않으면 온기가 금방 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M공인 관계자는 “저가 매물을 노린 작전 세력 수십 명이 중개업소를 돌아다닌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고 전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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