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靑 민간인 사찰 의혹 폭로건…
부실수사 논란 사전 차단 포석
'現정권 사람' 윤석열이 수사 땐 자칫 중립성 시비 불거질 수도
[ 정의진/고윤상 기자 ]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폭로한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비롯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청와대가 연루된 사건들이 서울동부지방검찰청으로 몰리고 있다. 청와대 고위인사들이 대거 수사 대상으로 오른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이외 지검으로 집중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수사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동부지검장의 ‘특수한 사정’에 기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동부지검은 24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청와대 인사수석실 개입 여부까지 확대하고 나섰다.
청와대 윗선 파고드는 동부지검
동부지검이 맡고 있는 청와대 관련 사건은 크게 두 가지로 모두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가 담당한다. 하나는 김 전 특별감찰반원의 폭로로 시작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별감찰반장 등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에 대한 비위 첩보를 묵살했다는 혐의(직무유기)로 임종석 전 비서실장도 함께 고발됐다. 드루킹 특검 수사 정보 부당 파악 지시 등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도 동부지검에 배당됐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12월 27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이 전 반장 등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사표를 받아내기 위해 일부 인사를 표적 감사했다는 의혹이다. 한국당은 당초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지만 대검찰청은 사건을 동부지검으로 돌렸다.
동부지검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인사가 개인적인 청탁이 아니라 청와대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청와대는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청와대와 다른 결론을 내리면 청와대 입장이 난처해진다.
檢 ‘정치적 중립성’ 시금석
법조계는 ‘살아있는 권력’ 청와대를 향하는 사건이 모두 동부지검에 쏠린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그동안 청와대 관련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담당하거나 중앙지검에 여력이 없으면 관할에 따라 여러 지검에 분산 배당해왔다.
이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한찬식 동부지검장(51·사법연수원 21기)의 개인사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한 지검장은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사위다. 최 전 대표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고등검사장으로 승진이 사실상 어려워 청와대 눈치 없이 수사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설명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동부지검에 사건을 배당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했다는 게 검찰 안팎의 해석이다. 가령 중앙지검에서 사건을 맡아 청와대에 유리한 결론을 내놓으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현 정권 사람인 탓’이라는 식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지만 동부지검은 어떤 결론을 내놓든 공정성 시비를 걸 여지가 적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는 “검찰은 수사가 부실하게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면 언젠가는 부메랑을 맞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사건 배당에서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려는 모습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정의진/고윤상 기자 justjin@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