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부인 민주원씨가 "안희정과 김지은에 의해 뭉개져 버린 여성, 아내로서의 인격이 다시 짓밟혔다"라고 항소심 사법부의 판단에 반발을 이어갔다.
민씨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2심 재판에서) 제 일관된 주장이 왜 배척되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피해자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그 주장이 모두 사실인 것은 아니다"라며 김지은의 편에 서 있는 여성단체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민씨는 "저는 오랜 세월 여성인권을 위해 여성단체가 흘린 땀과 고통스런 노력을 기억한다. 기울어진 여성인권이라는 운동장에 의미 있는 변화가 지속되고 있음을 한 명의 여성으로서 감사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지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어떠한 주장도 객관적 사실과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그 힘을 상실한다고 생각한다. 150여개의 단체가 모인 곳에서 고통받고 있는 여성 한 사람을 공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온갖 오물을 뒤집어쓴 듯 부끄럽고 창피한 상황이지만 제가 경험했고 그래서 알고 있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자유도 권리도 없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거짓이 마치 진실인 듯, 사실인 듯 여겨지고 거짓말도 일관성 있게만 하면 진실로 둔갑하는 것. 그것 하나만큼은 막고 싶다"면서 "진실이 진실로 밝혀지고 받아들여지는 것이 바로 여러분이 수십 년 동안 바라고 추구해온 가치가 아닌가"라고 여성단체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민씨는 김씨가 세번째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날 밤 안 전 지사와두사람이 나눈 텔레그램 문자를 공개한 후 "그들은 연애를 하고 있었다"라고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민씨는 "스위스 현지시간으로 새벽 1시경 안희정씨가 '...'이라고 마침표 문자를 보내자 (김지은이)기다렸다는 듯 동시에 '넹'하고 답장을 하고 담배를 요구하자 그를 핑계로 슬립만 입고 맨발로 안희정씨의 객실로 갔다"고 전했다.
김씨는 스위스 문자와 만남에 대해 법정에서 "그런 일이 없었다"면서 "당일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신발을 신었는지 기억이 안난다"고 답한것으로 전해졌다.
그로부터 4일 후 스위스에서 귀국하던 9월 8일 김씨는 지인에게 "그래도 스위스 다녀오고선 그나마 덜...피곤해 하시는 것 같아.릴렉스와 생각할 시간을 많이 드린 것 같아서 뿌듯해요"라고 보냈다.
이어진 문자에는 "그런데 이게 즐거우니 문제라고들 하는데. 뭐 어쩌겠어요. 제마음이 그런걸요"라고 적혀 있다.
민씨는 김씨의 상하원 침실 난입사건이후 좋아하는 남자의 마누라에 대한 질투가 과하다고만 생각하고 안 전 지사에게도 조심하라고 말하고 비서실장에게 "김씨가 좀 많이 이상하니 잘 살펴보라"고 전했다고 한다.
그때 비서실장님이 12월이면 (김씨가 정무직으로) 보직변경이 있을 거라는 말을 했고 민씨는 안심했다는 것.
하지만 민씨는 12월 도청 우체국에 우편물을 부치러 갔다가 비서실장으로부터 김씨가 정무직으로 가는 것 때문에 도청 사무실에서도 울고, 밥 먹다가도 울고, 술 먹다가도 울었기 때문에 밥을 사주며 다독이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민씨는 "아무 장소에서나, 옆에 누가 있든지 말든지 운다고 해서 기가 막혔다"면서 "도청일을 그만두는 것도 아니고, 수행비서직보다 직급상 승진하는 것이고, 봉급도 오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는 잘 된 일인데 김씨가 보직변경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몇날 며칠을 울고 불고 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민씨가 공개한 문자에는 김씨가 도청에서 같이 일하던 지인들에게 "전 다른 건 안보이고 지사님 편하게 하고 싶은게. 잘 모르겟어요. 저 이용당하다 버려질 것 같아요", "내가 주말이든 아침밤이든 공휴일이든 지사님 위해 다함께 하는게 행복하고 즐거워서 하는거긴 한데. 지사님 말고는 아무것도 절 위로하지 못하는 거 같아요"라고 보낸 내용이 담겨 있었다.
민씨는 "김씨의 이런 황당한 주장을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인지 저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김씨가 부부침실까지 침입한 엽기적인 행태를 성폭력 피해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가해자 가족에 의한 2차 가해 행위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성토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상고심을 앞둔 현재 시점에서 민씨는 다시 불륜 주장을 시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소장은 "피고인 측은 '합의한 관계', '불륜', '연인 사이' 등을 주장했지만 1심, 2심 어디에서도 인정되지 않았다"며 "지난 1년간 형사소송원칙에 따라 진행됐던 소송 과정을 글하나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말씀인가. 피해자에 대한 여론 재판을 시작하겠다는 말씀인가"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현재 법정구속된 안 전 지사에 대한 사법부 판단과 '미투'를 둘러싼 진실공방은 대법원이 최종 결론을 짓게 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