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경기관광공사 추천 '정겨운 경기도 이색 골목길'
세계의 맛 즐길 수 있는
안산 다문화음식거리
평택 국제중앙시장은
'경기도의 이태원'
여주 한글시장 벽화골목
시간 가는 줄 몰라
수원 화성 행리단길
역사와 젊음이 공존
[ 이선우 기자 ] 겨울도 이제 막바지다. 매서운 강추위도 없고 눈도 많이 내리지 않은 겨울답지 않았던 탓일까. 어느새 막바지에 다다른 이 겨울을 그냥 보내기엔 무언가 마음 한편에 아쉬움이 남는다. 겨울의 끝자락, 봄의 문턱에서 도시 여행자가 돼 보는 건 어떨까.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과 세월의 흐름 속에 전통과 현대가 한데 어우러진 곳, 평범한 우리 이웃의 일상이 녹아 있는 경기도의 이색 골목으로 마지막 겨울여행을 떠나보자.
세종대왕 일대기 담은 ‘여주 한글골목’
[위치] 경기 여주시 세종로 14번길 24-1
세종대왕의 영릉이 있는 여주 한글시장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시장 내 모든 상점의 간판을 한글로 제작했다. 시장 상인들이 뜻을 모아 정한 한글시장만의 특별한 원칙이다. 서울 인사동처럼 유명한 해외 브랜드 카페와 화장품 가게도 예외없이 모두 한글 간판을 달고 있지만 시장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와 운치가 어우러져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장 곳곳을 채우고 있는 세종대왕의 일대기를 담은 동상과 조형물, 한글 자음을 본뜬 의자와 전시물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여주 한글시장의 하이라이트 코스는 시장 3구역의 벽화골목이다. 오래된 이발소 모습과 수라간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여주쌀밥을 그린 그림 등 지역 특색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표현한 재미있는 벽화를 하나씩 둘러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골목의 오른쪽은 세종대왕의 태몽부터 왕좌에 오른 뒤 쌓은 눈부신 업적을 기리는 벽화로 채워져 있어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면 좋다.
성곽 옆 문화거리 ‘수원 행리단길’
[위치] 경기 수원시 팔달구 신풍로·정조로
수원화성의 화서문(서문)과 장안문(북문) 주변 행궁동 일원은 수원에서 가장 핫한 곳 중 하나다. 90여 개의 카페와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는 이곳은 행리단길 또는 행궁동 카페거리로 불린다.
행리단길은 수원화성과 이어지는 골목으로 화려한 상가로 가득한 거리와는 다른 분위기의 골목이다. 낮은 담과 붉은 벽돌의 일반 가정집이 현대적이고 클래식한 분위기로 카페,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하면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행리단길 고유의 콘셉트가 탄생했다.
한때 인적이 드문 한적한 거리였던 행리단길은 지난해 초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개성 넘치는 분위기 좋은 카페가 많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초기 카페 일색이던 거리에 차츰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콘셉트의 식당, 레스토랑이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로 채워진 문화거리가 됐다. 흑백사진 전문관 ‘봄으로’, 수원화성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카페와 이발소를 겸하고 있는 ‘오브라더스’ 등이 대표적 인기 매장으로 꼽힌다.
이웃의 정이 넘치는 ‘양평시장길’
[위치] 경기 양평군 양평읍 양근리
양평시장길은 사람 냄새가 진하게 묻어나는 골목길이다. 오일장이 열리는 3일과 8일은 온 마을사람과 상인이 한데 어우러져 흥겨운 마을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끌벅적한 시장통 골목을 거닐고 있노라면 마주치는 누구라도 이웃인 양 정겹고 친근하다. 그만큼 양평시장길은 사람의 온기와 정이 넘치는 전통 골목길이다.
양평역을 나와 작은 하천 위 양근교를 지나면 왼쪽으로 양평시장길이 이어진다. 때를 가리지 않고 사시사철 무와 배추, 더덕, 도라지 각종 채소가 판매되고 곳곳에선 들기름에 지지는 메밀전의 고소한 향기가 코끝에 진동한다. 배추 한 장을 쭉쭉 찢어서 넣은 메밀전 한 장에 막걸리 한 사발을 곁들이는 여유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오랜 역사와 큰 규모를 자랑하는 양평시장은 전국 최초로 친환경 농업지역을 선포한 양평의 지역 특색을 살려 친환경농산물의 거래가 활발한 곳이다. 수도권 전철이 연결되면서 주말 당일치기 관광 명소로도 인기가 높다.
골목서 맛보는 세계의 맛 ‘안산 다문화음식거리’
[위치]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다문화 1·2길
안산역 맞은편 원곡동은 ‘국경 없는 마을’로 불리는 대표적인 다문화거리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과 귀화 한국인이 모여 사는 곳으로 작은 지구촌 마을이라고도 부른다. 이곳 거리에선 마주치는 3명 중 2명이 외국인일 정도로 한국인이 더 낯선 존재다.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인근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이곳에 있는 은행과 병원은 주말에도 문을 연다.
안산 내 400여 개 외국인 업소 가운데 70%는 음식점이다. 외국인 업소가 밀집한 원곡동 일대에 다문화음식거리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과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세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이곳을 안산시가 다문화 음식 특구로 지정하면서 한국인도 외국의 이색 음식을 맛보기 위해 찾는 글로벌 음식타운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레스토랑이 TV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볶음국수 미고랭과 볶음밥 나시고랭이 인기 메뉴로 등극했다. 다문화음식거리 골목 안쪽으로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현지 식자재를 판매하는 식품점도 있다.
이색 건축투어 ‘파주출판도시’
[위치] 경기 파주시 회동길 145
파주출판도시는 국내 200여 개 출판사와 인쇄소, 디자인, 유통사 등 출판 관련 기업과 기관이 모여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출판특화도시다. 책의 기획과 편집, 인쇄, 유통 등 일련의 과정이 모두 이뤄지는 거대한 출판문화공동체다.
이곳에선 거리를 따라 독특한 콘셉트와 디자인의 건축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국내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축물들로 주변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화보와 TV 광고 등에도 자주 등장했다. 개성 있는 건물과 세련된 거리 풍경은 찍기만 하면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진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
파주출판도시의 여러 건축물 가운데 백미는 단연 아시아 출판문화정보센터. 파주출판도시의 중심 건축물로 거대한 고딕문자들이 나열된 듯한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1층에는 웅장한 서가가 인상적인 ‘지혜의 숲’ 도서관이 있다. 거리 곳곳에는 저마다 개성 넘치는 서점과 북카페, 갤러리, 박물관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효형출판의 ‘북카페 눈’, 열린책들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동화 속 피노키오를 테마로 꾸민 ‘피노지움’ 등이 인기다.
경기도의 이태원 ‘평택 국제중앙시장 쇼핑로’
[위치] 경기 평택시 중앙시장로·쇼핑로
평택 국제중앙시장은 인근 미군부대 영향으로 경기도의 이태원으로 불린다.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린 거리는 휴일이면 외국인들로 붐비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최근 시장 중심인 ‘쇼핑로’로 이어지는 골목에 터키와 태국, 베트남 전문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이곳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특이한 문양의 옷과 밀리터리 소품들로 가득한 거리 상점도 대표적인 볼거리 중 하나다.
국제중앙시장이 있는 송탄은 미군부대의 영향으로 서구 식자재와 한식이 결합한 특별한 음식문화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송탄부대찌개와 송탄햄버거. 칼칼하고 푸짐한 부대찌개도 좋지만 한국식 햄버거인 송탄햄버거는 오랜 세월 꾸준히 사랑받는 송탄의 대표 메뉴다. 두툼한 빵 사이에 고기패티와 햄, 계란프라이가 올라가고 신선한 채소가 곁들여져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 토마토케첩과 마요네즈 등 소스는 평범하지만 프랜차이즈 햄버거와는 다른 익숙하면서도 강력한 맛이 일품이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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