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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걸려 임상 끝냈는데…5년 더 추적관찰 요구에 비용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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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바이오 규제 혁신

한국에만 존재하는 줄기세포치료제 장기 추적 조사

"안전성 빌미로 과도한 규제…美·日·中에 뒤처질 우려"
배아줄기세포 연구 제한…생명윤리법 개정은 제자리
바이오약품생산업체는 복잡한 '수입 통관절차'에 고통



[ 임유/손성태 기자 ] 줄기세포 치료제 업체 A사는 임상 설계를 위한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물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상 비용을 턱없이 높게 요구해서다. 30억원가량 소요되는 임상 1상 비용 외에 임상에 참여하는 환자 70명의 추적조사 비용으로만 7억원가량을 요구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외에는 없는 장기추적조사제도 때문에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업체의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바이오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 바이오 업체를 한숨 쉬게 하는 규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특히 줄기세포 치료제·유전자 치료제는 국내 업체 기술력이 선진국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지만 과도한 규제로 글로벌 경쟁에서 미국, 일본, 중국 등에 점차 밀리는 상황이다.


수억원 비용 추적조사 필수

2017년 1월부터 시행하는 장기추적조사제도는 줄기세포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의 임상시험을 완료한 업체가 임상 참여자에게 종양 발생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없는지 최소 5년간 관찰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제도다. 줄기세포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등은 살아 있는 세포가 주성분이기 때문에 인체 내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몰라 장기적으로 안전성을 파악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추적조사에 소요되는 비용이 상당해 업체에 큰 부담이라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간단한 항목만 살피는 게 아니라 임상시험 수준의 정밀한 추적관찰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임상을 대행해주는 일부 CRO는 이를 미끼로 대행 비용을 부풀리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한 업체 대표는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초창기 안전성 우려가 컸지만 그동안 허가받은 치료제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며 “10년 넘게 걸려 정식 임상을 끝냈는데 또 5년 이상 추적관찰하라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우리처럼 일괄적으로 추적조사를 하는 나라는 없지만 유럽과 캐나다 등에서 개별 치료제에 한해 15년간 추적조사를 권고한 사례가 있다”고 했다.

꽉 막힌 난자 연구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제 연구 범위를 다발경화증, 척수손상 등 20여 가지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제한한 빗장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동결·미성숙 난자 연구만 허용한 것도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지연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제한된 난자 활용 때문에 지지부진한 상태다. 2016년 보건복지부에서 승인받은 차병원 연구가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동결·미성숙 난자보다 비동결 난자가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동결 난자는 10~20%가 해동 과정에서 조직이 손상돼서다. 차병원은 2009년 동결 난자를 이용한 국내 연구에 실패한 뒤 2014년 미국에서 비동결 난자로 연구를 재개한 끝에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바이오의약품수탁생산(CMO)업계도 규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식약처에서 허가받지 않은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 수입하는 물질이 화학물질로 간주돼 화학물질관리법 적용을 받는 탓에 통관 절차가 복잡해지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다.

여전한 노무현 정부 ‘황우석 트라우마’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정부 들어 바이오산업이 혁신산업으로서 중요하다는 말만 계속했을 뿐 청와대가 집중적으로 관심을 보이거나 지원책을 고민한 적이 별로 없었다”고 실토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정책이 없을 뿐 아니라 노무현 정부 시절 겪은 ‘황우석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바이오산업에 과도한 규제를 부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도 업계 반발과 성장잠재력을 감안해 뒤늦게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전략안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올해 바이오 분야 혁신전략을 준비해 조만간 구체적인 육성정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임유/손성태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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