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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주 신화' 국순당, 관리종목 지정 위기…10년새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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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반토막…4년 연속 영업적자

백세주 성공 이후 히트작 부재
막걸리 열풍 꺼지며 소비 급감
영업전략 실패…갑질 논란까지



[ 김보라/김재후 기자 ]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11일 국순당에 대해 주권매매거래 중지 조치를 발동했다. 국순당이 이날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은 1년 전보다 73억원 줄어든 528억원, 영업손실은 27억원”이라고 밝힌 직후였다. 코스닥시장본부는 “최근 4년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했는데, 같은 사유가 감사보고서에서 확인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고 했다. 이튿날인 12일 주식 거래가 재개됐으나 주가는 11.83% 급락했다.

전통술의 상징이던 국순당의 실적이 10년 가까이 악화일로다. 매출은 8년 전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됐고, 영업손실은 4년째 이어지고 있다. 국순당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1) 백세주 이후 히트작 없어

백세주의 몰락이 실적 악화의 주범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의 전통술’에 대한 염원을 담아 개발된 백세주는 2000년대 안팎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국민술로 자리매김했다. 소주와 함께 섞어 마시면 ‘오십세주’가 된다는 마케팅이 히트를 치며 2003년 국순당의 매출은 1312억원으로 급증했다. 매출의 90%가 백세주에서 나왔다.

백세주 등이 차지하는 약주 시장은 소주와 증류주, 수입 맥주 사이에서 쪼그라들었다. 이와 관련, NICE평가정보는 “13~15도의 약주시장은 소주가 순해지면서 차별성이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2017년 백세주 매출은 100억원가량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아래로 떨어졌다. 급변하는 수요 변화와 경쟁 업체들의 공격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2) 뒤늦게 뛰어든 막걸리 사업 부진

국순당은 쌀막걸리 생막걸리 우국생 대박 등의 막걸리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의 막걸리 매출 비중은 2017년 기준으로 절반(47%)에 가깝다. 하지만 막걸리는 2011년 이후 계속 소비가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막걸리가 포함된 탁주 소비량이 40만8248kL에 달한 이후 연평균 3.5%씩 감소하고 있다. 2017년엔 32만2547kL까지 쪼그라들었고,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엔 30만kL 선을 겨우 유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일본 등 해외에서 불었던 막걸리 열풍도 지나갔고, 그사이 품질 좋은 증류주가 시장에 잇달아 나온 데다 수입 맥주로 소비자가 몰렸다”고 했다.

막걸리 시장에서 서울장수막걸리와 지평주조가 치고올라오며 국순당 막걸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서울장수와 지평주조의 매출은 2014년 각각 231억원, 28억원에서 2017년 269억원, 166억원으로 늘었다.

(3) 주류 도매상 등지고 ‘나홀로 영업’

판매전략도 실패 요인으로 지목된다. 주류회사들은 대개 주류 도매상에 납품한다. 지역 도매상의 영업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국순당은 백세주가 히트를 치자 자체 영업망을 꾸렸다. 국순당과 배상면주가 등 그룹사의 제품판매만 담당하는 영업체계를 구축했다.

백세주 인기가 시들해지고 2015년 정부가 독점계약을 못하도록 규제를 내놓자 영업력이 크게 위축됐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술은 식당과 주점에서 승부가 나는데 국순당은 전체의 30%도 안 되는 가정용 판매시장에서 주로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출이 급감하자 국순당은 대리점을 상대로 ‘밀어내기’를 하다 2013년 배중호 대표와 영업담당 임원 등이 검찰의 기소를 당하기도 했다. 여기에 2015년 ‘가짜 백수오 파동’이 터지며 이 성분이 일부 검출된 백세주도 큰 타격을 받았다.

‘가외수입(투자수익)’이 적지 않아 곧바로 부실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순당은 영업손실을 본 지난해에도 15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2011년 80억원에 사들인 셀트리온헬스케어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가치가 2016년 수백억원으로 뛰었고,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흥행하며 기업 가치가 수조원으로 뛰어오른 블루홀에도 일찍이 투자한 덕분이다. 국순당 관계자는 “4년 연속 적자이긴 했지만 2017년 희망퇴직을 비롯한 구조조정을 하는 등 경영합리화를 해 적자폭을 줄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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