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개월간 수익률 6%
헤지펀드 업계 단타 중심이지만 장기 투자 종목 발굴에도 힘써
수많은 데이터 수집해 투자 참고 해외 기업 콘퍼런스콜 꼭 챙겨봐
국내 항공株, 해외보다 저평가…장거리 여행 수요도 대폭 확대
[ 나수지 기자 ] 요즘 헤지펀드(전문사모)업계에선 시장상황에 맞춰 주식을 자주 매매하는 운용 스타일이 ‘대세’다. 과거 공모펀드 시장 황금기를 이끌었던 가치주 매니저들은 기업분석을 통해 저평가된 종목을 매입하고, 한 번 매입한 주식은 오래 보유했다. 매매회전율을 낮게 유지하는 게 펀드매니저의 미덕으로 꼽혔다.
최근 헤지펀드 시장을 이끄는 매니저들은 다르다. 매년 두 배 가까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 시장에서 주목받는 운용사들은 주식 시장이나 종목을 ‘예측’이 아니라 ‘대응’할 대상으로 본다. 어제 좋게 봤던 기업도 내일 시장상황이 변하면 과감히 매도하며 유연하게 포트폴리오를 바꾼다. 이렇다 보니 운용사 연간 매매회전율이 3000%를 웃도는 사례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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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니저는 “기업분석과 탐방으로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하는 ‘보텀업(bottom-up)’ 리서치에서 주로 장기투자 아이디어를 얻는다”며 “거시경제 이벤트, 기업 실적발표, 수급 등을 고려해 시장 단기 대응도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연 매매회전율은 800~900%로 다른 헤지펀드 운용역보다 낮은 편이다. 증시 변동성이 컸던 지난해에도 빌리언폴드에 합류한 4월 이후 9개월 동안 5.9%의 수익을 냈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16개 증권사 애널리스트 303명을 대상으로 한 ‘2018 베스트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게 이 매니저가 주로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 방식이다. 여러 자료 중에서도 월별, 분기별 수출입 데이터는 꼭 챙긴다. 이 매니저는 “수출입 데이터는 기업 실적을 예상할 수 있는 선행자료”라며 “업종뿐 아니라 세부 품목과 수출입 대상 지역까지 세세히 나와 있기 때문에 실적이 개선될 만한 종목을 골라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중국으로의 분유 수출물량이 빠르게 늘면 매일유업을, 라면 수출 데이터에선 삼양식품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식이다. 중국에 수출되는 보톡스 데이터 변동을 참고해 국내 보톡스 업체들을 단기적으로 매수하거나 공매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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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면 통상 국내 화장품 업종을 매수하지만 이 매니저는 반대로 움직였다. 그는 “중국 소비자들의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유럽 북미 일본 화장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한국을 방문하는 따이궁들도 해외 화장품을 더 많이 사가는 추세라면 국내 화장품 업종이 과열됐을 때 팔고, 해외 화장품 업종을 매수하는 전략이 먹힐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매니저가 눈여겨보는 업종은 항공주다. 해외 항공사에 비해 크게 저평가돼 있는 데다 장기 여행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 매니저는 “국내 항공사들은 일본항공(JAL), 전일본공수(ANA)와 비교해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5%가량 적은데 시가총액은 70%가량 벌어져 있다”며 “각국 시장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항공사들이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저가항공을 중심으로 형성된 단거리 여행 수요가 앞으로는 장거리 여행 수요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 등 수익성이 높은 좌석 탑승률이 올라가면서 마진율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