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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해운 재건, 소프트 경쟁력도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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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컨테이너선 20척 건조 더해
선사 스스로 원가 경쟁력 높이고
맞춤서비스로 貨主 이익 올려야"

전준수 < 한국해양대 석좌교수·경영학 >



작년 4월, 정부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빈사상태에 있던 우리나라 해운을 재건하기 위해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세 가지 방안이 포함됐다. 첫째는 안정적인 화물 확보, 둘째는 저비용·고효율 선박 확충, 셋째는 이를 통한 선사의 경영안정 지원이다. 안정적인 화물 확보를 위해 해양수산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선주협회 간에 국적선사 적취율(국적선사로 옮기는 화물 비율)을 높이기 위한 세부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컨테이너 화물 장기운송계약 모델도 개발 중이다. 원유, 철광석, 석탄, 곡물 등 전략화물 운송에서도 우리 선박 적취율을 80% 이상으로 높이기 위한 종합심사낙찰제도가 곧 시행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 같은 지원 방안은 외국 선사 반발을 초래하고 국내 화주로부터도 수출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불만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크다. 우리 정기선사가 스스로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화주서비스를 강화할 때에만 동조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공급사슬상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화주 중심 서비스를 개발하고, 블록체인 등 최신 기술을 발 빠르게 개발·적용함으로써 선사가 앞장서서 화주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대표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은 대형선 건조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첨단 정보기술(IT) 개발과 투자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는 IBM과 공동으로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해 운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플랫폼이 구축되면 최적의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통합물류 서비스가 가능해져 화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

그동안 해운선사들은 대형 선박 건조와 터미널 건설 등 내륙 운송망 구축에 자본을 투입해 만성 적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반해 세계적인 포워더(물류주선업체)들은 화주 특화 맞춤서비스로 화주의 충성도를 독차지하며 이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이런 포워더들의 이익을 선사가 가져갈 수 있게 될 것이다.

현대상선이 발주해 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건조하는 데 대해 외국 선사와 해외 유수 해운관계 연구소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대형 컨테이너선 투입이 글로벌 선복(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량) 과잉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재의 선복 과잉은 선진국 해운사의 경쟁적인 대형선 투입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와서 한국에 책임을 묻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이들이 반대하는 근본 이유는 현대상선이 발주한 대형 컨테이너선은 연료비와 친환경 설비 등을 감안할 때 머스크의 기존 대형선에 비해 15% 이상 원가경쟁력이 좋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주요 선사들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한편 근해 정기선인 아시아 역내 선사들의 통합 문제는 자발적 통합에 의한 대형화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항로 안정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선사뿐 아니라 외국 대형 선사들의 아시아 역내 항구 간 서비스 확대와 중국 선사들의 시장 확대 정책 등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 역내 시장은 아시아 국가의 공동 시장이다. 함께 안정적인 시장 구조를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의 강력한 ‘동맹’처럼 아시아 국가들이 투입 선박과 항로 등을 협의해 자율규제 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

1812년 미국 해운법은 해운동맹을 독과점금지법의 예외로 인정했다. 화주의 장기적인 이익은 단기 저운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운송서비스를 적정 운임으로 제공받는 것이라는 동맹의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런 해운동맹의 정신 위에 관련 국가 및 기관을 설득해 새로운 체계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가 힘을 모으면 큰 흐름을 잡을 수 있다.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를 시작으로 글로벌 해운시장엔 새로운 도전들이 이어진다. 그 높은 파도를 헤쳐 나가기 위해 우리 정기선 해운 재건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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