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달러 모집에 26억달러 수요 확보
현대차그룹 실적악화 극복하고 ‘흥행
≪이 기사는 01월29일(16:1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캐피탈사인 현대캐피탈아메리카가 ‘흥행’ 속에 글로벌 투자자들을 상대로 10억달러어치 채권을 발행한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의 신용악화에도 불구하고 해외 채권시장의 양호한 수급상태에 힘입어 넉넉한 수요를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아메리카가 이날 미국에서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어치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벌인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약 26억달러(약 2조9000억원)의 매수주문이 들어왔다. 소시에테제네랄, 씨티글로벌마켓증권, HSBC 등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이 회사는 풍부한 수요가 모인 덕분에 당초 예상보다 채권금리를 낮추는데도 성공했다. 6억5000만달러어치로 발행 예정인 3년물은 희망금리 대비 0.05%포인트 낮은 연 3.98%, 3억5000만달러 규모로 발행할 5년물은 희망금리보다 0.02%포인트 낮은 연 4.31% 수준으로 결정됐다.
이번 채권 발행은 지난해 4분기 현대차그룹이 주요 계열사 신용등급 강등 이후 첫 해외 자금조달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 10월 자동차 판매부진에 따른 실적악화를 근거로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모회사 현대차와 밀접한 영업관계를 맺고 있는 현대카드(BBB)와 현대캐피탈(BBB+), 현대캐피탈아메리카(BBB+) 등급도 한 단계씩 강등됐다. 무디스도 11월초 이들 기업의 신용등급에 모두 ‘부정적’ 전망을 달았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부진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투자수요를 모았다는 평가다. 지난해 하반기 요동쳤던 글로벌 채권시장이 연초 다소 진정세를 찾은 것이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북한의 2차 정상회담이 논의되는 등 북한을 둘러싼 긴장도 계속 완화되면서 한국 채권에 붙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더욱 완화되고 있다. 한국의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금리)은 지난 28일 사상 최저수준인 0.3434%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2월3일(0.3295%) 처음으로 0.3%대로 진입한 이후에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시장환경 속에서 신용도는 신흥국보다 우량하면서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보다 금리가 높은 한국 채권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한화토탈 한국중부발전 하나은행 국민은행 등 연초 해외에서 채권 발행에 나선 국내 기업들은 모두 넉넉한 수요를 모으며 목표한 자금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IB업계 관계자는 “29일 아시아에서만 9개 기업이 수요예측에 나설 정도로 채권발행시장의 수요가 풍부한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국내 기업들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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