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9일 예타 면제사업 발표
"겉으론 국가균형발전이라지만 총선용 선심정책에 불과"
학계 "예타면제, 합리적 기준 없어"
[ 임도원 기자 ] 대규모 공공투자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정책이 갈수록 뜨거운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정부의 대상 사업 발표일을 이틀 앞두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 정부 때보다도 더 토건사업에 의존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서는 등 시민단체와 학계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당도 ‘총선용 선심쓰기’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예타 면제 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경실련, “MB 때보다 예타 면제 많아”
경실련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지방자치단체 나눠먹기’ 예타 면제가 과거 5년치의 최대 아홉 배”라고 분석했다. 경실련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예타를 면제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4조7000억원 수준”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현재까지 29조원 규모 사업의 예타를 면제한 데 이어 최소 20조원, 최대 42조원의 예타 면제를 발표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경실련은 “정부가 29일 30조원 이상의 예타 면제를 발표하면 4대강사업 등으로 60조원 규모의 예타 면제사업을 시행했던 이명박 정부를 단숨에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경실련은 지난 23일에는 녹색교통운동, 환경운동연합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예타 면제를 위해 표면적으로는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웠지만, 침체한 경제를 토건사업으로 부양하고 내년 총선을 대비하기 위한 지역 선심 정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 예타 면제 방식은 합리적인 기준 없이 마련돼 신뢰성이 낮다”며 “임기응변식으로 예타를 면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야당도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25일 현안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전국을 돌며 ‘예타 면제’의 세금 보따리를 풀 것이냐”며 “졸속 예타 면제는 천문학적인 혈세 낭비라는 결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29일 판가름 나는 예타 면제 사업
정부는 지난해 말 내놓은 ‘2019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한 예타 면제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 의결로 예타 면제 사업을 확정한 뒤 당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전국 17개 시·도는 내륙철도, 고속도로, 공항, 창업단지, 국립병원 등 대규모 SOC 건설 공사 33건에 대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예타 면제를 신청했다. 사업비 기준으로는 70여조원 규모다. 지역균형발전을 명목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서울시의 동부간선도로 확장, 인천시의 GTX-B 건설 등 수도권에서 신청한 사업은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시·도별로 한 건씩 면제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4일 대전지역 경제인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수도권은 인구가 많고 수요도 많아 예타가 수월하게 통과되지만, (지방은) 수요가 부족하다 보니 번번이 통과하지 못했다”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사업, 세종~청주 간 고속도로 사업 등에 대해 예타 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타는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사업이 대상이다. 기재부 산하 공공투자관리센터가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등의 측면을 판단한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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