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등 중국 기업 '기술굴기' 견제
막대한 對中 무역적자 해소도 시급
[ 이상은 기자 ]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사진)은 24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해 중국이 ‘중국제조 2025’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무역협상 타결이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정부가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등을 앞세워 첨단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로 올라서려 계획하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미국은 중국이 글로벌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도용해 첨단기술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로스 장관은 “(중국과의) 협상 타결까지는 몇 마일이나 남아 있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12월1일부터 오는 3월1일까지 90일 시한부로 무역협상을 진행 중이다. 오는 30~31일에는 미국 워싱턴DC에서 고위급 협상이 열린다.
로스 장관은 “합의를 성사시키고 싶지만 미국과 중국 양측에 모두 효과적인 합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은 매우 복잡하고 많은 이슈가 있다”며 “단순하게 콩이나 액화천연가스(LNG) 물량을 다루는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협상을 앞두고 미국산 콩 수입을 크게 늘렸다. 또 미국산 밀도 추가로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로스 장관은 특히 “미·중 간 막대한 무역적자 해소가 기본이며, 두 번째 이슈는 중국제조 2025와 같은 중국의 기술지배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언급한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 정책이다. 첨단 의료기기, 로봇, 통신장비, 전기자동차 등 10개 분야에서 중국이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중국제조 2025 전략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기업 및 상공인 단체인 미국상공회의소는 최근 중국제조 2025 전략을 통해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보조금과 금융지원 등으로 외국 기업을 노골적으로 차별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했다. 이들은 또 중국 정부가 중국 기업에만 인허가를 내주고 외국 기업은 허가해주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시장을 불공정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첨단 기술을 통한 시장지배 문제가 점점 더 미·중 통상 전쟁의 핵심 주제가 돼가는 분위기다. 로스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미국 기업들이 강제적인 기술이전에 대한 압박을 받지 않고 중국에서 공정하게 사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양국은 일단 90일 시한부 협상 기간에 추가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이 유예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에 대해 로스 장관은 “지금은 예단하기 이르다”며 “협상 시한이 다가올수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협상 참가자들이 현재 상황을 진지하게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만 답했다.
한편 헤지펀드계 거물인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은 이날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 만찬에서 중국과 서방 국가들 사이에 ‘인터넷 거버넌스’를 놓고 “보이지 않는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 ZTE와 화웨이를 단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열린 사회의 가장 큰 적”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소로스 회장은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 정부가 얼굴인식 시스템 등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대규모 감시 장비를 전국에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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