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訪美 결과에 만족감
미·북 실무회담 이어갈 듯
비건 새 파트너, 김혁철 유력
[ 김채연 기자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고 “훌륭한 친서”라고 말했다고 북한 관영매체가 24일 보도했다. 김영철이 귀국한 지 3일 만의 공식 반응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 김영철 등 미·북 고위급 회담 대표단을 만났다. 김정은이 신년사를 발표한 노동당사 내 ‘서재’에서 접견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트럼프 편지’를 전달받고 만족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믿고 인내심과 선의의 감정을 가지고 기다릴 것”이라며 “조·미(북·미) 두 나라가 함께 도달할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함께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다만 정상회담과 관련해 시기, 장소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백악관도 공식 확인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친서에 답신을 보냈다”고 밝혔다. 미·북 정상이 두 번째 만남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이어서 2월 말로 예정된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친서를 통해 어떤 내용에 대해 공감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2일 김영철의 방미와 2박3일간의 스톡홀름 미·북 실무협상에 대해 “우리는 추가적인 진전을 만들었다”고 긍정 평가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국제 사찰을 카드로 내놨을 가능성이 나온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에 이어 일부 핵시설에 대한 동결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했을 것이란 추론이다. 한 북핵 전문가는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로 미·북이 신뢰를 회복하고, 부분 핵 동결로 대화 모멘텀을 계속 유지하자는 게 북한의 제안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등 미·북 관계 개선을 제안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한 교류와 관련한 일부 제재 완화설도 나오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당장 제재를 완화한다기보다는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등 북측이 원하는 당근들을 비핵화 조치의 진전에 따라 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남북 교류의 전면 재개를 주장하는 대남 성명을 냈다. 이 자리엔 김영철도 참석했다.
미·북은 정상회담 개최 준비를 위해 실무회담을 추가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실무회담에는 북측의 새 카운터파트가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미·북 고위급 회담에 배석했던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북측 카운터파트가 최근 새로 지명됐다고 언급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혁철에 대해 “외무성 인사로 보고 현재도 외무성 소속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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