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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前 대법원장 구속] 법원 "양승태,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충격에 빠진 사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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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이 전직 사법부의 수장 가운데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구속됐다. 전직 대법원장이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사법부가 충격에 휩싸였다.

法 “혐의 상당부분 소명, 사안 중대”

명재권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새벽 1시57분께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심사는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이어진 것이다. 심문을 마치고 23일 오후 4시6분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결과를 기다리던 양 전 대법원장은 곧바로 수감 절차를 밟았다.

1977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관해 40여 년간 법원에 몸담아온 양 전 대법원장은 친정에서 사법연수원 25년 후배 판사 손에 구속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들어갈 때와 나갈 때 모두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지 않았다.

명 부장판사는 영장을 발부하며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사유를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 개입과 인사 보복(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사실상 인정했다.

검찰은 심문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권남용죄가 충분히 소명됐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재판을 앞두고 피고인 신닛테쓰스미킨(新日鐵住金) 측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독대한 정황을 포착했다.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에서 인사 불이익을 줄 법관 이름 옆에 직접 ‘V’ 표시를 한 점도 양 전 대법원장이 각종 의혹을 사실상 진두지휘한 증거로 제시됐다.

이어 법원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봤다. 명 부장판사는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 우려 있다”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세 차례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이 물증이나 후배 판사들의 진술과 어긋나는데도 구속하지 않는다면 관련자들과 말을 맞춰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검찰 측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본인과 법원행정처 실무진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으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변호인 측은 심문에서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았다’는 후배 법관들의 진술을 거짓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함을 받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수첩에서 자신의 지시사항을 뜻하는 ‘大’자 표시에 대해선 사후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음달 재판 넘겨질 듯

헌정 사상 최초로 전직 사법부 수장이 구속되자 법조계는 당혹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이 기각된 고영한 박병대 전 대법관 때와 마찬가지로 양 전 대법원장도 불구속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양 전 대법원장의 주요 혐의인 형법상 직권남용은 △행위자가 공무원 △의무에 없는 일을 지시 △권리행사 방해 등의 구성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범죄가 성립해 입증이 쉽지 않아서다. 최근 법원이 잇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 등의 직권남용 혐의에 모두 무죄를 선고한 흐름도 양 전 대법원장에게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상당했다.

하지만 법조계의 예상은 틀렸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판사는 “전직 대통령들이 구속됐을 때는 안타까우면서도 그런가 보다 했는데 사법부에서 이런 일을 당하다 보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라며 “전직 수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국민에게 어떻게 사법부를 믿어달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털어놨다.

검찰은 늦어도 내달 중에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 기소할 예정이다. 최대 20일 안에 양 전 대법원장을 재판에 넘기지 않으면 석방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에서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았던 전·현직 판사 100여 명 가운데 상당수가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 설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법관은 이번에도 구속되지 않았다.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추가된 피의사실 일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다”고 판단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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