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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 공시지가 놓고…"세금폭탄" vs "엄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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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신 한경부동산연구소장 겸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공시지가 몸살 시즌’이 돌아왔다. 논란의 프레임은 똑같지만, 올해는 좀 더 뜨겁다. 올해는 정부가 매기는 부동산값(공시지가)을 작년보다 더 높게 책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징벌적 세금폭탄’이 쏟아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다른 쪽은 ‘지나친 엄살’이라고 맞선다. 공시가격을 더 올려 달라고 아우성인 곳도 있다.

정부가 매년 내놓는 공시지가는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를 비롯해 양도소득세 증여세 상속세 등 부동산 세금을 걷는 자료가 된다. 건강보험료, 기초노령연금, 기초생활보장 등 국민복지 부담금 근거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를 포함해 57가지의 행정업무에 쓰일 정도로 중요한 자료다. 모든 국민이 주시하는 이유다.

반복되는 '공시가격 갈등'

국토교통부는 올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24일 공개했다. 작년 대비 전국 평균 9.13%, 서울은 17.75% 올랐다. 2005년 주택가격 공시제도 도입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전국 표준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최근 수년간 4∼5%였다. 서울은 5∼7%였다.

올해 단독주택 공시지가 상승률을 두고 서울 강남·용산권 일대 고가 주택 주민들은 정부가 ‘징벌적 보유세 폭탄’을 쏟아붓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신도시개발 예정지와 재개발 예정구역 등의 시민들은 더 올려 달라고 아우성이다. 공시가격을 높이면 보상비를 더 받을 수 있어서다. 국토부는 “전국 단독주택의 95%는 상승폭이 크지 않아 ‘세금폭탄 주장’은 과장됐다”고 반박한다. 현재 단독주택 공시지가의 시세 반영률은 평균 53%로 매우 낮다. 즉 시세보다 47%정도 싸게 가격이 매겨졌다는 뜻이다. 따라서 올해 상승률이 높아졌다고 해도 조세저항 등을 논할 정도는 아니란 게 정부 주장이다.

공시지가는 ‘표준지공시지가’와 ‘개별공시지가’로 구분된다. 단독주택은 전국에서 22만 가구의 ‘샘플주택(표준주택)’을 뽑아 가격을 먼저 매긴다. 이를 토대로 전국 개별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책정한다. 아파트는 1300만 가구를 전수조사한다. 땅값은 전국 3309만 필지 가운데 약 50만 필지를 표준지(작년 기준)로 선정하고 가격을 책정한다. 이를 근거로 전국의 필지별 땅값을 결정한다. 전국 모든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4월 말 발표된다.

시세 반영해 현실화해야

공시지가와 관련한 반복되는 사회적 갈등은 시세(실거래가)와의 격차가 극심한 게 원인이다. 공시지가는 특히 공정성과 합리성에서 의심받아서는 안 된다. 시장가격과의 격차도 크면 안 된다. 하지만 공시지가는 실행 초기부터 이런 당위성이 무시된 채 매겨졌다.

현행 공시지가 제도는 부동산정책 근간과 시장 관행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징표로 비판받을 수 있다. 이른 기간에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다. 정부도 ‘현실화율 목표’를 정하고 점진적 조정을 해왔다. 현 정부는 공시지가 불합리성을 해소하고, 집값 안정화 및 공정조세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하지만 실행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눈에 띈다. 공시가격 현실화를 논할 때 집값 급등 지역이나 고가 주택 보유층 등 지역·계층의 곁가지 언급이 과도하다. 집값 안정을 부각시키는 것도 거슬린다.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원론적 설명을 더 강조하는 게 좋을 듯싶다. 곁가지가 많으면 오히려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공시가격이 제대로 정착되면 과세 불합리성을 상당 부분 해소하고, 부동산시장 안정화에도 자연스럽게 기여할 수 있다.

ys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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