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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일휘 사쓰마도자기 대표 "조선 흙가마 전통이 '사쓰마 도자기' 등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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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대 심수관' 심일휘 사쓰마도자기 대표

한국 유학해 조선 옹기 명맥 이어
'사회와 소통하는 도예가' 추구
"있는 그대로의 심수관家" 인정을



[ 이선우 기자 ] “전통은 드넓은 바다에서 방향을 잃지 않도록 길을 알려주는 등대 같은 존재입니다. 시대 흐름에 맞춰 끊임없이 변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통처럼 변하지 않는 가치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한국계 일본 도예명가 심수관가(家)의 ‘15대 심수관’ 심일휘 씨(59·사진). 일본 가고시마현 히오키시 심수관요(窯)에서 만난 그는 420년 전 조선에서 시작한 심수관가의 역사가 현재까지 이어진 비결에 대해 “선대에서 시작된 역사와 전통이 등대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 등대지기 역할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도자기는 시대별 생활양식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죠. 도자기를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심수관가의 사쓰마(薩摩)도자기 역시 시대에 따라 재료와 모양, 문양 등이 변해왔지만 조선의 전통 흙가마를 사용하는 제작방식만큼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는 올해 15대 심수관에 오른 지 20주년을 맞았다. 가고시마의 옛 지명을 딴 사쓰마도자기 대표 장인을 상징하는 ‘심수관(沈壽官)’은 메이지시대 도기 공인으로 이름을 날린 12대 조상의 이름이다. 13대 때부터 후손들이 이름을 계승, 사쓰마도자기 장인의 상징이자 고유 브랜드가 됐다.

심수관가의 역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대 조상인 심당길은 청송 심(沈)씨 12대손으로 본명이 심찬이다. 그는 1598년 정유재란 때 전북 남원에서 일본으로 끌려온 조선 도공 80여 명 중 한 명이다. 당시 심당길을 비롯한 조선 도공들은 현재 심수관요가 있는 히오키시 히가시이치키초(미야마)에 조선마을을 만들어 정착했다. 조선에서 가져온 흙을 이용해 찻사발을 빚기 시작한 이들은 조선 풍속을 유지했다. 혼인도 조선인끼리만 하고 해마다 단군을 모시는 제사도 지냈다.

어려서부터 도예기술을 익힌 심씨는 사회와 소통하는 도예가가 되라는 선대의 뜻에 따라 와세다대에서 사회교육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이탈리아 국립미술도예학교에서 유학한 그는 1990년 경기 여주의 토기공장에서 옹기 제작 연수도 마쳤다. 그는 “이탈리아 유학이 새로운 도예기술을 배우기 위한 것이었다면 한국 유학은 일본에서 사라져가는 조선 옹기의 명맥을 잇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을 ‘한국에 뿌리를 둔 일본인’이라고 소개했다. 심수관가를 두고 한국에선 일본인으로, 일본에선 한국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남아있는 데 대한 답변이다. 심씨는 “일본이냐 한국이냐를 따지는 이분법적 시각보다 400년 전 조선에서 시작해 일본에 새로운 도예문화를 꽃피운 심수관가의 역사와 전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가고시마=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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