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일 스웨덴에서 비건-최선희 실무협상
한국 이도훈 본부장도 스웨덴 협상 참여
트럼프-김정은 2차회담 앞서 ‘힘겨루기’
트럼프는 김영철 만난뒤 “비핵화 많은 진전”
미국과 북한이 19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핵 실무협상에 돌입했다. 미국측 실무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부터 22일까지 3박4일간 수시로 만나 집중 협상을 벌일 예정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해 8월말 비건 대표를 임명한 뒤 계속해서 북한측 카운터파트인 최 부상과의 실무협상을 요구해왔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해왔다. 이번 실무협상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특사자격으로 워싱턴DC를 방문해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연쇄회동한 직후 이뤄지는 것이다. 그동안 북핵 전문가들이 ‘실무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정상회담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실무협상은 북핵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진검승부’가 시작됐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비건-최선희, 첫 실무협상
최선희 부상이 17일, 한국의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8일 스톡홀름에 도착한데 이어 비건 대표가 19일 오후 스톡홀름에 도착했다. 미·북 협상이 주가 되겠지만, 한국과 미국, 한국·미국·북한 등 다양한 형태의 회의가 열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2월말 개최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 의제와 실행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대 관심은 미국과 북한의 ‘주고받기’ 내용이다. 미국은 그동안 ‘최종적이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를 강조하며 ‘비핵화 전 제재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반면 북한은 제재완화를 비롯한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해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무기 전개 중단,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도 요구한 상태다.
이와관련, 미국 북핵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을 수 없다’는 회의론이 많지만, 동시에 ‘북한이 모든 걸 다한 뒤에야 제재를 풀겠다는 건 비현실적’이란 지적도 많다. 이에 따라 비건과 최선희의 첫 실무협상에서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 현 수준에서 핵무기 동결,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해체 중 일부를 수용하고, 미국이 일부 제재를 완화하거나 북한의 체제안전 우려를 덜어주는 조치를 취하는 ‘딜(거래)’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비핵화 많은 진전”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거의 2시간 동안 만났다”며 “믿을 수 없을만큼 매우 좋은 만남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아마도 2월말쯤 만나기로(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며 “우리는 (정상회담 개최지로)한 나라를 선택했지만 추후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정상회담 장소로는 베트남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정은은 그것(2차 정상회담)을 고대하고 있고, 나도 마찬가지”라며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비핵화에 관한 한 많은 진전을 이뤘고, 다른 많은 것들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청난 진전을 이뤄왔지만 불행하게도 보도되지 않아왔다. 북한과는 상황이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과 90분간 면담했다. 김영철은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전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오전, 오후에 걸쳐 두차례 회동했다. 비건 대표는 폼페이오와 김영철 회동 때 배석한 것으로 확인됐고, 오후 회동 땐 폼페이오 장관이 떠난 뒤에도 더 남아 북한측과 논의를 계속했다.
◆김영철은 19일 미국 떠나
김영철 부위원장은 2박3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19일 오후 3시49분 워싱턴 덜레스공항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가는 에어차이나(중국국제항공·CA) 818편을 타고 출국했다. 김 부위원장은 베이징을 거쳐 북한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낮 12시40분께 숙소인 듀폰서클호텔을 나선 김 부위원장은 비행기 출발 예정시각보다 2시간여 이른 오후 1시10분께 공항에 도착했다. 이어 공항 1층 중앙에 마련된 귀빈 전용 출국 수속대를 통해 곧바로 통제구역 안으로 들어갔다.
김 부위원장은 숀 롤러 국무부 의전장과 마크 내퍼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을 비롯한 국무부 측 환송 인사와 보안요원들의 안내를 받아 이동했다. 김 부위원장이 17일 입국할 때도 국무부 의전장이 나왔었다. 김 부위원장은 VIP 통로로 이동하던 중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면담, 폼페이오 장관과의 고위급 회담 등에 대한 결과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공항에 같이 들어선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도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함께 이동하던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은 2층 출국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방미 결과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노코멘트”라고만 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