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오드화은 포탄 발사해 '인공 비'…야외엔 대형 공기청정기 세우고
인공 강우 기술 선두주자인 中, 2007년 로켓 1500발 쏴
2억8300만t '인공 비' 내리게 해…백두산서 미사일·드론 활용도
KAIST '하얀비' 청정기 개발…지하철·재래시장 등서 쓸 수 있어
정부도 27㎥ '인공 스모그' 구축…미세먼지 대응책 연구 박차
[ 윤희은 기자 ] 중국이 지난해 10월 백두산에서 2박3일에 걸쳐 포탄을 발사했다. 군사 훈련이 아니었다. 요오드화은을 담은 포탄을 구름에 살포해 강우를 유발하는 게 포격의 목적이었다. 발포에서 강우까지 걸린 시간은 세 시간 안팎이었다. 3일에 걸쳐 쏟아진 비는 백두산 인근의 공기를 깨끗하게 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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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비 만들기 위해 미사일까지 동원
‘보이지 않는 암살자’로 불리는 미세먼지로 전 세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세먼지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매연, 스모그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해 발생한다. 특히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미세먼지가 위험하다. 폐 혈관에 손상을 입혀 천식이나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곳은 한국만이 아니다. 국내 미세먼지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중국을 비롯해 태국, 인도 등 세계 곳곳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가장 비용이 덜 드는 방법은 마스크 착용이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김일두 KAIST 교수는 “KF(코리아필터)90 이상의 마스크를 착용하면 미세먼지가 대부분 걸러진다”면서도 “마스크는 대개 한 번 쓰고 나면 다시 쓸 수 없고, 마스크 자체를 항상 쓰고 다니는 것도 부담이란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인공강우도 미세먼지 대책으로 자주 거론된다. 물과 결합하면 쉽게 녹아버리는 미세먼지의 특성 때문이다. 생활 속 미세먼지 예방대책으로 “물을 자주 마시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공강우는 구름 입자를 자극해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빈센트 셰퍼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연구원이 4000m 상공에서 구름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리는 방식으로 1946년 인공강우를 이끌어낸 게 시초다. 응결핵을 구름 인근에 살포하면 구름 입자나 미세얼음이 결합해 얼음 알갱이가 형성된다. 이렇게 뭉쳐진 얼음 알갱이가 낙하하면서 녹으면 비로 바뀐다. 응결핵의 역할을 하는 물질은 요오드화은과 드라이아이스, 염화나트륨, 염화칼륨, 요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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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강우는 효과적으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방법이지만 부작용도 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요오드화은 등의 화학 물질이 토양 오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강우가 기상 이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밖에서도 쓰는 공기청정기 등장
국내 과학계에서도 미세먼지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종인 KAIST 석좌교수가 만든 야외 공기청정기 ‘하얀비’가 대표적이다. 선풍기와 비슷한 특수 장치로 미세먼지를 빨아들인 뒤 물을 뿌려 먼지를 녹이는 게 하얀비 원리다. 시내 곳곳에 하얀비를 설치해 미세먼지의 피해를 줄이자는 게 한 석좌교수의 주장이다.
하얀비는 여러 크기로 제작이 가능하다. 가정이나 사무실은 물론 전통시장과 같은 개방된 공간에서도 효과를 발휘한다. 한 석좌교수는 “하얀비를 전봇대처럼 곳곳에 설치하는 방법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기관은 2017년 8월부터 ‘미세먼지 범부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미세먼지 생성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27㎥ 규모의 중형급 인공 스모그를 구축하는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인공 스모그를 만들어 실제 대기환경을 모사하고, 이를 통해 어떤 식으로 미세먼지가 발생하는지를 확인하겠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미세먼지 예측 정확도를 75%까지 높인 한반도 특화 미세먼지 예보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범부처 프로젝트 중 하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실생활 미세먼지 통합관리 기술과 생활 미세먼지 노출을 줄일 수 있는 기술 등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