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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이기려 하지 말고, 시장을 통째로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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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조弗 인덱스펀드 시장 개척…존 보글 뱅가드 창업자 별세

세계 첫 인덱스펀드 '뱅가드500'…43년간 年 10.72% 수익률
버핏도 인덱스펀드 우수성 증명…헤지펀드와 수익률 경쟁서 승리
보글이 남긴 올해 투자 전략은 "주식 줄이고 채권비중 늘려라"



[ 송종현 기자 ] 세계 인덱스펀드(상장지수펀드 포함) 시장은 2017년 말 16조달러(1경7968조원)에 달했다. 전체 운용자산의 20%를 차지했다. 2022년 말엔 25조달러(2경50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에서도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순자산이 36조2741억원으로, 펀드매니저가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액티브펀드(22조8601억원)보다 58.67% 많다. 인덱스펀드 시장은 43년 전 존 보글 뱅가드그룹 창업자가 세계 첫 인덱스펀드인 ‘뱅가드500’을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자산운용사(史)에 큰 발자취를 남긴 보글 창업자가 17일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시장을 따르라”

대공황이 발생한 1929년 미국 뉴저지 몽클레어에서 태어난 보글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프린스턴대에 다녔다. 그가 쓴 졸업논문 ‘뮤추얼펀드의 경제적 역할’은 미국 자산운용업계에서 뮤추얼펀드에 관한 최초의 학술 논문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1951년 웰링턴펀드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보글은 1975년 뱅가드를 세우고 이듬해 뱅가드500 인덱스펀드를 출시했다. 최초의 인덱스펀드인 뱅가드500은 출시됐을 땐 ‘콘도르펀드’로 폄하됐다. 펀드매니저들이 능동적으로 종목을 골라 투자하지 않고, 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것을 ‘초원에서 동물들의 썩은 시체나 뜯어먹는 새 콘도르와 비슷하다’는 의미로 빗대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창업 첫해 17억달러(현재 환율 기준 1조9074억원) 수준이던 뱅가드그룹의 운용자산은 작년 말 5조1000억달러(약 5722조2000억원)로 늘어났다.

보글 창업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 평균 이상 수익을 올리는 투자자가 나올 확률은 극히 낮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투자전략은 시장 평균 수익률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란 자신의 투자철학을 인덱스펀드에 투영했다. 그는 “최고의 수익을 내려면 일정 기간 쌓인 수익을 투자 원금에 합쳐 재투자하는 복리 투자의 이점을 이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며 “이를 위해선 펀드 운용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뱅가드500의 현재 보수율은 0.14%로, 미국 내 동종 펀드 평균(0.95%)보다 85% 싸다.

버핏이 증명한 인덱스펀드의 우수성

보글의 투자철학이 옳았음은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을 통해서도 증명됐다. “월가 헤지펀드의 운용보수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비판해온 버핏 회장은 2007년 뉴욕 헤지펀드운용사 프로테제파트너스와 10년 동안 인덱스펀드와 헤지펀드 중 어느 쪽이 더 많은 수익을 낼지를 두고 내기를 했다.

버핏은 뱅가드500, 프로테제파트너스는 5개 헤지펀드 묶음에 걸었다. 2008년 1월1일 시작된 내기는 2017년 12월29일 버핏의 압승으로 끝났다. 뱅가드500은 연평균 7.1%의 수익을 낸 데 비해 프로테제파트너스의 투자 대상 헤지펀드의 수익률은 연 2.2%에 머물렀다.

뱅가드500은 최근까지 43년간 연 10.7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버핏 회장은 보글 창업자가 참석한 2017년 벅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벤저민 그레이엄, 폴 새뮤얼슨 등이 인덱스펀드의 콘셉트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지만, 인덱스펀드를 실제로 내놓은 것은 잭(보글 창업자의 애칭)”이라며 “잭은 내가 아는 어떤 사람보다도 미국 투자자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정작 ETF에 대해선 비판적

최근엔 인덱스펀드를 변형한 상장지수펀드(ETF)가 인기를 끌면서 인덱스펀드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국내 ETF 시장도 작년 말 기준 41조원에 달했다. 일각에선 ETF의 ‘덩치’가 너무 커져 ETF가 추종하는 지수 구성 대형주 중심으로 세계 주식시장이 쏠리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아이러니컬하게 보글도 ETF에 대해선 비판적이었다. 그는 2015년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ETF가 21세기 가장 혁신적인 마케팅이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고객을 위해 혁신적이었는지는 의심스럽다”며 “ETF 부상에 따른 가장 큰 승자는 (거래 수수료를 챙기는) 월가 증권사들”이라고 평가했다.

보글은 최근까지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투자전략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작년 말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선 “나무는 하늘로 자라지 않고, 지평선에는 구름이 보인다”며 올해는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과 같은 고정수익증권 투자를 늘리라고 조언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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