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등 다양한 지표 중 미래성장과 가장 긴밀한 것은
증시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시장지표가 증시에 녹아있기 때문
미국 증시서 작년 10월 이후 시가총액 약 4조달러 날아가
내년 2000억弗 지출 감소 예고…GDP증가율은 1%P 감소 '암시'
증시의 급격한 변동에도 美 성장률 2.3% 예상하는 건
Fed가 상호 연관성 무시한 것
데이터에 의존적인 Fed는 겸허한 자세로 시장 주시해
에드워드 레이지어 < 美 스탠퍼드대 교수 >
[ 오춘호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항상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떤 데이터를 말하는지는 알 수 없다. 경제성장과 고용, 물가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수많은 지표들이 있다. 올바른 지표를 선택한다면 적절한 예측을 위해 필요한 일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Fed는 다른 어떤 지표보다 주식시장을 주시해야 한다. 시장을 조작한다는 목적이 아니라 성장과 고용에 대한 최선의 예측치가 시장 지표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시가총액의 변동은 소비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내총생산(GDP) 방향을 결정한다. 하지만 미국 주식시장에 급격한 변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Fed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2.3%로 예상하는 건 주식시장이 나타내는 예측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 않다는 점을 암시한다.
시장이 갖는 예측력의 핵심은 시장과 성장 사이에 나타나는 명확하고 안정된 상관관계다. 지난 40년간 데이터를 보면 3~6개월간 S&P500지수가 10% 하락하면 그다음 1년간 GDP 증가율은 약 0.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온다.
성장과 관련된 지표는 주식시장만이 아니다. 최근 GDP 증가율과 실업률의 변화, 취업률의 변화와 순 신규 고용 등 다양한 지표들이 존재한다. 원유 시세와 같이 미래 성장과 반비례 관계에 있는 지표도 있다. 배럴당 10달러의 유가 하락은 다음해 1년 GDP 약 0.25%포인트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미래 성장과 가장 관계가 깊은 지표는 주식시장 시가총액이었다.
경제이론도 시장이 경제성장을 예측하는 탁월한 지표라는 생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시장의 거래에는 미래에 대한 정보가 집약돼 있다. 미래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 일어나면 시장은 움직인다. 그런 사건은 GDP와 고용자 수 등 과거를 반영하는 지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시장만이 미래를 보는 지표인 것이다.
금융위기는 하나의 사례다. 고용과 GDP 증가는 2008년 2월까지 플러스가 계속됐지만, S&P500지수는 3개월 만에 -167포인트를 기록했다. 100번 중 다섯 차례밖에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GDP나 고용 성장이 아니라 주식시장이 경제학자들이 위기가 시작됐다는 것을 알기도 전에 그것을 감지했다.
S&P500지수의 급격한 하락은 향후 1년간 경제성장이 Fed의 예상치 2.3%를 밑돌 것이라고 시장이 예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시가총액에서 보면 향후 1년간 성장률은 같은 모델이 3개월 전에 예상한 수준보다 약 0.7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성장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요소는 이 시점에서 크게 보이지 않는다. 취업률은 9월과 10월 사이에 0.2%포인트 상승했지만 지난 3개월 사이엔 60.6%로 제자리 걸음이다. 같은 기간 실업률은 3%대 후반에서 맴돌고 있다.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장래의 성장을 시사하는 것은 실업률 자체보다 실업률 하락 추세인데 대폭적인 하락이 당분간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밝은 지표도 하나 있다. 유가가 지난 10년 평균을 약 20달러 밑돌면서 앞으로 1년의 GDP 증가율 전망을 0.5%포인트 끌어올리고 있다.
시가총액 변화는 개인 자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주식시장은 지난해 10월 이후 약 4조달러를 잃었다. 향후 1년간 소비의 약 5%, 즉 약 2000억달러의 지출이 줄어들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 정도 감소는 내년 GDP 증가율이 1%포인트 감소할 것을 의미한다.
S&P500지수의 3개월 하락률 12%는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의 20.5%보다 낮으면서 그만큼 급작스럽지도 않다. 그래도 블랙먼데이의 교훈은 의미가 있다. 1980년대 후반은 급락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이 이어졌다. 블랙먼데이 다음날 Fed는 연방기금(FF) 금리의 유도 목표를 0.5%포인트 인하했다. 당시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경제와 금융시스템 지원을 위한 유동성 공급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블랙먼데이 이후 Fed 정책이 적절했거나 유용했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다만 그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은 좀 더 신중한 현재 Fed와는 대조적이다.
최고의 그리고 최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제 순환 경로를 조정하는 것은 Fed의 목표를 달성하는 열쇠다. 필자가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일 때 재무부 장관 및 행정관리예산국(OMB) 국장과 함께 ‘트로이카’를 형성하고 있었다. 우리는 정부의 경제 예측을 세웠으며 그 과정에서 미국 최고의 예측 정확도를 자랑하는 전문가도 참여했다. 미래의 사건은 최고의 정확한 예측조차 날려 버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데이터 의존적인 Fed는 예측의 정확성에 대해 겸허한 자세를 유지하고, 특히 시장을 주시해야 한다.
원제:Why the Fed Should Heed the Market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hc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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