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A씨는 며칠 전 여행을 떠나다가 잠시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한 중년 남성이 준 전단지를 받았다. 중년 남성이 준 전단지에는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라는 제목과 함께 절절한 사연이 담겨 있었다.
A씨는 전단지를 읽다가 중년 남성이 낯설지가 않다고 느꼈다. 그러다가 문득 십년 전에 명동 한 복판에서 봤던 현수막이 떠올랐다. 당시 A씨는 친구와 길을 걷다가 현수막을 통해 내용을 접하고 안타까워 한참동안 현수막 내용을 들여다봤다. 또한 그 현수막을 명동에서만 본 것도 아니었다. 강남역, 한남대교, 청량리, 종로, 동대문 등 많은 인파가 모이는 지역이나 교통량이 많은 곳에서 A씨는 어김없이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라는 현수막을 마주쳤던 것이다.
그제서야 A씨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마주친 중년 남성이 현수막 주인공인 송혜희씨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TV에서 해당 내용을 접했던 기억까지 떠올랐다. 몇년 전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는 1999년 실종된 송혜희씨의 사연을 주목했다. 당시 방송에서 아버지 송씨는 서울에만 현수막을 80개 이상 설치했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낡고 찢어진 현수막을 교체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딸을 찾는 현수막은 서울 중심가부터 전라남도 해남 땅끝마을까지 없는 곳이 없었다. 또한 송씨는 딸을 찾는다는 전단지를 매일 2~3000장을 사람들에게 나눠줘야지만 잠을 잘 수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사람들이 전단지를 외면하면 간절한 마음을 담아 다시 건넸고 버려진 전단지는 다시 주워 다리미로 펴 다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아버지 송씨는 딸을 찾기 위해 지구를 18바퀴를 더 돌고도 남을 거리를 이동했고 혹여 딸이 전화라고 할까봐 '016'으로 시작하는 핸드폰 번호도 바꾸지 못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딸을 보호하고 있다며 수천만원을 요구해 당한 사기도 적지 않았다.
A씨는 이 사연이 생생하게 기억나 다시 한 번 인터넷으로 찾아봤다. 송혜희씨가 1999년 실종됐으니 올해로 딱 20년이 된 이 사건은 아버지 송씨에게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전단지를 살펴봤다. 전단지에는 "심장을 팔아서라도 딸을 찾고 싶다"는 아버지 송씨의 간절한 마음이 글로 담겨 있었다.
A씨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다시 받아든 전단지를 보고 너무나 가슴이 아파 눈물이 흘렀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을 전부 헤아릴 수 없겠지만 이 사연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A씨의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나도 저 현수막 처음본 게 벌써 5년 전이다. 버스타고 서울 다니면 많이 보이는데 너무 안타깝다", "부모의 찢어지는 가슴을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꼭 좋은 소식 있었으면 좋겠다", "10년 전에 전단지를 받은 기억이 난다.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송혜희씨가 어딘가 살아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꼭 찾았으면 좋겠다", "기적이 일어났으면…내 아이라고 생각하면 심장이 조여온다. 본인은 오죽하실까, 송혜희씨 아버지가 딸을 찾길 꼭 기도해야겠다"라며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