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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한국을 겨냥한 아베의 '외교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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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 갈등' 등 외교전쟁 작심한 아베
일본의 의도적 도발에 대응 준비돼 있나

박동휘 정치부 차장



[ 박동휘 기자 ]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으로는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가 첫 손에 꼽힌다. 패전 후 일본 재건을 이끈 인물로, 45대를 시작으로 총리를 다섯 차례 지냈다. 정통 외교관료 출신인 그는 적이던 미국을 일본의 혈맹으로 바꾼 일등공신이다. 일본엔 외무상을 지낸 총리가 수두룩하다. 전후부터 지금까지(45~96대) 외무상 출신 총리는 총 17회에 달한다. 세 번에 한 번꼴로 외교 수장이 내각을 이끌었다는 얘기다.

해양국가 일본은 반강제적인 근대화 속에서 외교의 힘에 눈을 떴다. 1853년 페리 제독의 흑선이 일본 앞바다에 등장했을 때, 일본인들은 더듬더듬 영어로 그들의 환심을 샀다. 흑선은 포 한 발 쏘지 않고, 일본과 화친 조약을 맺었다. 미국은 이웃나라 조선에도 동일한 공식이 적용되리라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1871년 강화도에 외교의 자리는 없었다. 신미양요로 불리는 전투에서 조선 장병들은 죽음을 불사했다. 그 후 조선은 쇄국의 길로, 일본은 개화의 길로 들어섰다.

아베 신조 총리는 2012년 취임과 함께 세계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일본이 돌아왔다(Japan is back).” 전임 민주당 정권의 ‘갈라파고스 외교’에서 탈피하겠다는 일성이었다. 아베 내각은 지금도 ‘강한 일본’을 만들기 위한 진군을 멈추지 않고 있다.

아베 정부가 쌓아 온 외교적 자산은 막강하다. 인도·태평양 전략이란 공통 목표 아래 미국의 짐을 기꺼이 나눠서 졌다. 북핵 위협으로부터 주일미군 보호를 위한 탄도미사일방어(BMD) 체제에 수십조원을 쏟아부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골칫덩어리로 여긴 한국과는 달랐다.

동남아시아는 이미 일본의 텃밭이다. 대(對)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직접투자(FDI) 누적 규모는 약 2000억달러(약 224조원, 2017년 말까지)에 달한다. 일본 인적자원개발센터가 2015년 이래 지금껏 교육시킨 아세안 인재는 총 1만7150명이다. 제3세계 외교의 맹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의 친한파 정부 관료들도 자녀를 일본으로 유학을 보내는 실정이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일본의 오랜 맹방이다. EU가 주도하는 국제사법재판소(ICJ)만 해도 일본은 재판관을 여럿 배출했다. 현 일본 왕세자빈의 부친이 ICJ 재판관을 지냈다.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로 촉발된 한·일 갈등의 불길이 연일 번지고 있다. 일본 초계기에 우리 해군이 사격용 레이더를 쐈는지를 놓고 ‘레이더 갈등’까지 겹쳤다. 아베 정부는 불길을 잡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강제징용 판결은 ICJ로까지 끌고 갈 태세다.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을 한국 측이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는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국제법 위반이란 논리다. 그들은 ‘한국이 늘 골문을 옮긴다’고 주장한다.

‘레이더 갈등’을 활용해 아베 정부는 국내 여론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의 강공 외교에 대한 찬성 여론이 80%를 웃돈다. ‘우리가 당한 것이다’는 일본 정부의 여론전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피해자 코스프레’는 아베 총리의 주특기이기도 하다. 그는 납북 피해자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낸 장본인이다. ‘북한=가해자, 일본=피해자’라는 명제는 아베의 최대 정치적 자산이다. 한·일 외교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아베의 화살’에 우리는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는가.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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