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책 시장 개척자' 배기식 리디 대표
출판사 2300여 곳과 제휴
전자책 177만권 콘텐츠 보유
단말기 '페이퍼프로' 대만 수출
콘텐츠와 서비스 질로 승부
독자가 원하는 책 우선 제공
[ 윤정현 기자 ] “지난 10년간 ‘책의 본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해왔습니다. 전자책 선두 기업으로 성장한 오늘, 앞으로 10년은 ‘책을 소비하는 고객은 누구인가’를 화두로 사업을 키워갈 계획입니다.”
국내 최초 스마트폰 전자책 서비스인 리디북스를 선보인 지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배기식 리디 대표이사(40·사진)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매출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책 시장의 개척자’로 꼽히는 리디북스를 오늘의 자리로 이끌기까지 쉬운 길은 아니었다. 서울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삼성전자 벤처투자팀에서 일하면서 창업을 꿈꿨다. 2008년 이니셜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해 전자책 서비스를 준비한 뒤 이듬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시장을 선점해 외형(매출)은 생겨났지만 시스템 개발, 저작권 관리 비용 등 들어가는 돈이 적지 않았다.
그는 투자설명회를 다니며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2013년 리디로 이름을 바꾼 회사는 2014년 80억원, 2016년엔 200억원의 기관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성을 인정받았다.
리디북스는 출판사 2300여 곳과 제휴를 맺어 177만 권(작년 9월 기준)의 전자책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배 대표는 “전자책 사용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와 서비스의 질”이라며 “리디북스가 대형 서점과 주요 포털에서 출시한 서비스를 넘어 전자책 선두 기업으로 올라선 것도 ‘질(質)’에 집중해온 덕분”이라고 말했다. 제품과 서비스 질에 초점을 맞춰 좋은 평가를 받았고 입소문을 탈 수 있었다는 얘기다.
배 대표는 대기업도 추진하다 접은 전자책 단말기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엔 대만 전자책 회사 리드무의 전용 단말기로 선정되며 대만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배 대표는 “리디의 단말기 페이퍼 프로는 삼성전자, 애플 등에서 근무한 엔지니어들이 직접 연구개발한 기기”라며 “수출 건도 대만 쪽에서 먼저 제안해 진행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전자책 시장의 잠재성을 여전히 높게 평가한다. 그는 “한국 전자책 시장의 성장 속도가 기대보다 느리지만 리디를 비롯한 주요 기업은 빠르고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디 매출이 500억원을 넘은 것은 2016년이다. 올해 ‘매출 1000억원 돌파’가 목표대로 달성되면 3년 만에 매출이 두 배로 증가하는 것이다.
크고 작은 기업이 뛰어들었다가 손들고 나간 국내 전자책 시장에서 배 대표는 묵묵히 성장을 이끌어왔다. 그는 “소비자의 전자책 이용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간담회에서 직접 만나 그들의 욕구를 듣고 깊이 있게 연구해왔다”며 “출판사에서 만든 ‘책’이라는 영역을 넘어 진정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책’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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