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1호 전시장 문 열어
세계 미식가·와인 애호가 聖地
근처엔 실리콘밸리 간판기업 즐비
허름한 창고에 1000만弗 들여…고급 빌트인 전시장으로 꾸며
'럭셔리 가전 본고장'서 정면승부
송대현 사장 "24시간 AS와 혁신 기술로 충성 고객 확보할 것"
[ 좌동욱 기자 ]
LG전자가 지난 11일 최고급 빌트인 가전 브랜드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의 해외 첫 전시장을 미국의 대표적 와인 산지인 나파밸리에 열었다. 작년 8월 서울 논현동에 1호점을 연 뒤 7개월여 만에 선보인 2호점이다. 럭셔리 빌트인 가전의 본고장에서 정면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해외 1호 프리미엄 빌트인 전시관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단층 건물에 들어서니 광활한 나파밸리 전경을 담은 LG전자의 OLED(발광다이오드) 사이니지(상업용 광고판)가 관람객을 맞았다. 55인치 패널 24개를 이어붙인 초대형 비디오월이다. 쇼룸에 들어서니 와인셀러, 냉동고, 냉장고 등이 눈에 들어왔다. LG 마크는 없고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브랜드만 달려 있었다. 가격은 총 2만3000달러(약 2600만원). 1만5000달러(약 1700만원)짜리 신형 오븐을 추가하면 주방가전 4개 제품을 구입하는 데 4000만원 넘는 돈이 들어간다. 웬만한 중형 자동차보다 비싼 가격이다.
LG전자가 미국 빌트인 시장에 뛰어든 건 3년 전인 2016년이다. 아직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그런데도 전사 차원에서 인력과 자원을 공격적으로 쏟아붓고 있다. 개소식에 참석한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사진)은 “허름한 창고를 고급 전시장으로 꾸미는 데 1000만달러(약 110억원)가량 들었다”며 “운영비도 매년 수백만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후발 주자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성장 가능성은 높다는 판단이다. 송 사장은 “2022년까지 밀레, 서마도 등 세계적인 빌트인 가전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톱5’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빌트인 제품은 가전과 가구, 내부 인테리어를 한데 묶어 파는 패키지 상품이다.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시장을 좌우한다. LG전자가 나파밸리 전시장에 초청할 고객도 최종 소비자가 아니라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다. 와인 투어, 요리수업 등과 연계한 1박2일이나 2박3일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빌트인 시장 공략 전략
주된 공략 대상도 새로 정했다. 송 사장은 “신기술에 관심을 두면서 음식이나 요리를 즐기는 고소득층이 타깃”이라며 “50대 중반 이상의 베이비붐 세대보다 젊어 새로운 브랜드나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적은 계층을 노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영호 빌트인사업실장(상무)은 “기술자(technician)와 미식가(epicure)를 의미하는 테크니큐리안(technicurean)을 주된 공략층으로 삼았다”고 부연했다.
해외 첫 전시장을 나파밸리로 정한 것도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나파밸리는 세계 미식가와 와인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미국의 대표 관광지다.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실리콘밸리엔 구글, 애플 등 미국의 간판 테크 기업이 몰려 있다.
송 사장은 “LG전자만의 혁신 기술이 이런 소비자를 충성 고객으로 끌어올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날 전시된 와인냉장고 문을 두 번 톡톡 치니 문이 투명한 디스플레이로 바뀌었다. 내부에 은은한 불이 켜져 문을 열지 않고도 냉장고 안 와인 개수나 브랜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송 사장은 “모듈 방식의 설계도 호평받고 있다”고 했다. 고장이 나면 제품 전체를 뜯어야 하는 다른 회사 제품과 달리 LG전자 제품은 고장 난 모듈만 빼서 간단히 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주완 LG전자 북미지역 대표(부사장)는 “24시간 상시 사후서비스도 소비자들이 감동받는 포인트”라고 말했다.
브랜드 전략도 장기적 관점에서 다시 짰다. 최고급 가전 브랜드인 LG 시그니처가 있는데도 빌트인 가전만을 위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라는 브랜드를 새로 만들었다. LG라는 사명을 떼어낸 첫 브랜드다. 송 사장은 “주방은 가족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며 “충분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제대로 된 브랜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나파밸리=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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