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태윤 산업부 기자) “면접용 티셔츠를 지급받았는데 제 사이즈랑 맞질 않아 오히려 면접때 더 불편했어요.”
지난해 A공기업 면접을 보고 온 응시자가 취업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A공기업은 지난해 처음 면접위원들의 예단을 막고 면접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응시자들에게 일괄적으로 티셔츠를 제공했다. 하지만, 필기시험후 면접까지 2주의 시간동안 2000명에 가까운 응시자 개개인의 신체 사이즈에 맞는 옷을 제공하기는 쉽지 않았다.
A공기업 인사담당자는 “2만명이 넘는 응시자 가운데, 필기시험 통과자를 선별하고 이들이 기입한 티셔츠 사이즈를 분류해 제작업체에 보내면 거의 면접일정 하루이틀전 간당간당하게 티셔츠가 도착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블라인드 채용으로 지원자의 이름 외엔 성별,연령을 전혀 알수없고 당일날 무작위로 면접 대상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지원자가 자신의 몸에 맞는 티셔츠를 받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 했다. 그는 “응시자들이 최상의 컨디션 상태에서 면접에 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를 하지만 워낙 많은 응시생들로 인해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응대를 못할때도 있다”며 “하지만, 항상 더 나은 방안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응시생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합동채용으로 인한 고사장 확보에 애를 먹은 사연도 있다. 지난해 B공기업의 필기시험 날짜는 대기업, 공공기관 등 응시생 10만명이 몰리는 날이었다. 공공기관 합동채용 시행으로 인해 다른 날짜를 잡을수도 없었다. 특히 이날은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국어능력검정시험, 토익 등 일반 자격증 시험일도 겹쳐 더욱 고사장 확보가 어려웠다고 한다.
B공기업 인사담당자는 “혁신도시 이전지역 중고등학교를 일일이 방문하는 것은 기본이고, 지역 교육청과 교육부에 도움을 요청해 겨우 고사장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그날의 진땀난 사연을 들려줬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고사장을 기껏 마련했지만 더욱 힘이 빠진 것은 고사장 당일 이었다. 블라인드 채용의 영향으로 서류전형이 다소 완화되면서 여러 기업의 서류전형을 통과한 수험생들이 가장 인기있는 기업의 고사장으로 몰린 것.
B공기업 인사담당자는 “기껏 진땀나도록 뛰어 고사장을 마련했는데 절반도 안 채워져 허탈감이 더 했다‘며 그날의 씁쓸한 기억을 이야기 했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공공기관 A매치날 한국은행의 응시율은 50%에 불과했다. 같은날 무려 12개 금융공공기관들이 동시에 시험을 치렀기 때문이다. 수험생 입장에선 많은 기관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졌지만 불필요한 행정·예산낭비라는 지적도 있는 이유다.
또 지난해부터 도입된 외부면접관 제도로 인해 인사담당자의 말못할 속앓이도 들을 수 있었다. 정부는 공기업 채용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공기업 경영에 관한 지침’을 고쳐 면접위원의 절반 이상을 외부 전문 면접관으로 채우도록 의무화했다. 이에따라 거의 모든 공공기관들이 내·외부 인원을 절반씩 면접에 투입했다. 하지만, 일부 면접위원들은 제시된 가이드라인을 벗어나 개인의 취향대로 면접을 이끌어가 함께 면접에 임한 사내 면접위원을 당황케 만들기도 했다. C공기업 인사담당자는 “외부 면접위원이 혼자 주어진 10분의 면접시간을 다 사용한다든지, 평가표가 아닌 면접위원 개인의 취향대로 지원자를 평가하는 바람에 다른 면접위원들이 난처한 경험을 당하기도 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한 공공기관 인사담당자는 “블라인드 채용, 합동 채용이 취지는 좋지만 갑자기 정부지침이 내려오는 바람에 제대로 준비를 못한 채 시행한 경우도 있었다“며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고 시행하기에 앞서 최소 1~2년의 유예기간을 준다면 수험생들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 /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