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08일(15:1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994년 경기도 곤지암에 개장한 큐로경기컨트리클럽(옛 블루버드CC)의 비운은 1998년 외환위기 때 시작됐다. 골프장 운영업체 경기관광개발이 부도 나면서다. 공매에 넘어간 경기관광개발은 이후 경영권 다툼에 시달렸다. 2008년 다툼은 일단락됐지만, 골프장 인수에 돈을 많이 쓴 새 최대주주가 회사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았다. 회사는 회원권을 무더기로 발행해 대출 재원을 마련했다. 18홀 골프장에 회원수가 1,=600명에 달한 배경이다. 매년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6년 여름 주인이 바뀌었지만 새주인도 3000억원이 넘는 채무를 버티지 못해 그해 12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2017년초 회생계획 인가전 인수·합병(M&A)를 실시했고, 사모펀드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같은해 9월 본계약을 체결했다. 사모펀드가 법정관리 회사를 경쟁 입찰을 통해 단독 인수한 국내 첫 사례였다.
◆ 이해관계의 실타래를 풀다
본계약 체결은 블루버드CC 인수를 위한 긴 여정의 출발일 뿐이었다. 법원은 큐캐피탈이 2017년 11월 제출한 회생계획안을 지난해 2월 인가했다. 회원들이 가지고 있는 회생채권(회원권)의 약 40%를 변제하고,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었다. 문제는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면 회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1600명이나 되는 회원들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렸다. 일부 회원들은 비생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자체적인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회생채권을 43% 가격에 사들이는 세력도 있었습니다. 채권의 3분의 1 이상을 확보해 저희 회생계획안을 무산시킨다는 계획이었죠. 그러자 저희에게 우호적이었던 회원들까지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결국 1차 채권자 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은 부결됐습니다.” (이창민 큐캐피탈파트너스 이사)
하지만 큐캐피탈은 흔들리지 않았다. 변제율을 높여달라는 회원들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했다. “회생계획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블루버드CC는 파산으로 갈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채권 가치는 더 떨어진다”며 전방위 설득에 나섰다. 결국 회생계획안은 지난해 2월21일 회원 74.5%의 동의를 얻어 가결됐다.
◆ 준비된 밸류업 전략
큐캐피탈은 인수를 마무리한 후 골프장 이름을 큐로경기CC로 바꾸고 미리 준비했던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빠르게 실행에 옮겼다. 골프장을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게 대표적이다. 투자실무를 담당했던 이창민 이사는 “대중제로 전환하면서 재산세 등의 세율이 낮아져 연 30억원에 달하던 세금비용이 10억원 초반대로 줄어들었다”며 “게다가 회원제 때는 내장객 1인당 2만3000원에 달하는 개별소비세,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이 붙었는데 대중제 골프장엔 이런 부담이 없어 가격 경쟁력도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큐캐피탈은 또 저녁에도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조명을 설치하고 지난해 6월 2부제에서 3부제로 전환했다. 인허가 문제 등으로 중단됐던 9개홀 추가 공사도 재개했다. 오는 7월 27홀 골프장으로 확대돼 매출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이 이사는 “1510억원의 투자금 중 1370억원은 회원권 변제에 썼고, 나머지 140억원의 대부분은 시설 투자 등에 쓰고 있다”며 “코스관리업체를 국내 1위 업체로 바꾸고 스프링클러 시스템 등 그동안 망가졌던 코스를 개선하는 데 돈을 아까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 비정상의 정상화
오랫동안 지속된 비정상적 경영은 코스 뿐 아니라 골프장 곳곳에서 티가 났다.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캐디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었다. 식음료 서비스는 회원제 골프장이었다고 하기 민망할 정도였고, 골프의류와 액서사리를 파는 프로샵은 시장 옷가게 수준이었다. 큐캐피탈은 즉시 ‘비정상의 정상화’에 나섰다.
“우선 캐디들이 머무는 기숙사와 유니폼부터 명문 골프장 수준으로 정비했어요. 예전엔 식비를 따로 받았는데 인수 후에는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기로 했죠. 오랜 경영권 분쟁과 법정관리 과정에서 입은 직원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캐디가 많아야 골퍼들의 만족도도 높아지니까요.” (이창민 이사)
식당을 운용하는 외주 업체도 경쟁입찰을 통해 바꿨다. “보통 식음료 외주업체 입찰은 골프장에 얼마나 많은 수수료를 줄 것인가로 판가름 납니다. 하지만 저희는 ‘수수료율은 낮아도 되니 얼마나 높은 수준의 메뉴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제시하라’고 했죠. 전체 매출에서 식음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합니다. 식당으로 돈을 벌 생각보다 고객 만족도를 높여서 그린피 매출이 늘어나도록 한다는 게 저희의 전략입니다. 그래서 가장 진취적인 제안을 한 업체를 선정했죠.” (황희연 큐캐피탈파트너스 대표)
개인이 외주 형태로 운영하던 프로샵은 직영으로 바꿨다. 프로샵의 위치와 디스플레이, 조명 등을 모두 교체했다. 고급화 전략이었다.
◆ 빠르게 정상화된 경영 실적
큐캐피탈 인수 후 큐로경기CC의 실적은 급격히 개선됐다. 2016년과 2017년 59억원, 57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08억원으로 늘어났다. 2016년, 2017년에는 15억원과 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1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법정관리를 벗어나면서 발생한 일회성 비용을 뺀 영업이익은 36억원에 달했다. 공사중인 9홀인 추가 완공되는 올해는 164억원의 매출에 72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내년 이후에는 골프장이 완전 정상화되어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황 대표는 “골프장은 특별한 경영전략보다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며 “입지가 우수한 골프장이기 때문에 경영진이 상식적인 경영을 하고 직원들이 서비스를 제대로 하도록 지원만 해준다고 하면 자동으로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골프장이 완전히 정상화됐을 때 좋은 인수자에게 매각하면 인수자와 직원들 그리고 투자자가 모두 만족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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