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노사가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막판 교섭에 돌입했다. 지난 주말 밤샘 협상에도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긴장감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오는 8일 총파업이 현실화된다면 은행의 신뢰도 하락과 고객 이탈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짙어진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사 지도부는 이날 정오께 막판 협상에 나선다. 이날 저녁 파업 전야제, 8일 총파업 계획을 감안하면 마지막 협상인 셈이다.
노사는 파업 이전에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타결하기 위해 마라톤 협상을 진행했다. 지난 2일에는 허인 국민은행장과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이 대표자 교섭을 진행했고, 3일에는 HR본부장과 노조 수석부위원장이 만났다.
이어 4일과 5일에는 경영지원그룹 대표와 노조 수석부위원장이 교섭했다. 지난 주말에도 허인 행장과 노조는 새벽까지 릴레이 협상을 벌였다.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협상 타결에 거는 기대감도 있다. 노사 간 입장차가 조금씩 좁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전 직급으로 페이밴드(호봉상한제)를 확대하고자 했던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현 제도를 유지하되 전체 직급에 대한 적용은 차후 논의를 시작하자고 노조를 설득 중이다.
노조는 유니폼 폐지에 따른 피복비 연 100만원 지급안을 철회했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쟁점도 산적해 있다.
노사가 가장 큰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부분은 성과급이다. 노조는 지난해 국민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지난해(30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해달라고 주장한다.
사측은 타행과 비슷한 200% 수준의 성과급을 제안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에 연동해 단계적으로 이익을 배분하자는 기존의 입장을 선회했다.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1년 연장, 저임금 직군(L0)의 근무경력 추가 인정에 관한 문제도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사안들이다.
국민은행 경영진들은 총파업으로 영업에 차질이 발생하면 전원 사임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지난 4일 김남일 국민은행 영업그룹대표 부행장을 비롯한 전무, 상무, 본부장 등 54명은 허인 행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총파업에 이르게 된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있다며 고객 불편을 고려해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노조와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앞서 3일에는 직원들에게 파업 참여 자제를 촉구하는 영상을 보냈다. 김남일 부행장은 영상에서 "3000만명의 소중한 고객과 함께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리딩뱅크의 위상을 우리 스스로가 허무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총파업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만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노조는 즉각 입장을 표명하며 항변했다. 사측이 총파업의 책임을 노조에 전가하고 있다며, 최고경영진이 임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국민은행은 파업에 따른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파업 당일에는 지역마다 거점점포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정 영업점에서 업무 처리가 어려운 경우 인근 영업점으로 고객을 안내하거나 거점점포를 통해 업무를 처리할 계획이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서비스는 정상 운영된다. 국민은행은 정보기술(IT)센터 인력에서 KB데이터시스템 등 외주업체 비중이 높은 만큼 전산에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이 비상운영 체제를 가동하더라도 고객의 불편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짙다. 개인 고객은 물론 기업 고객의 자금결제에도 혼선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은행의 신뢰도 하락과 고객 이탈도 시간문제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많은 고객들에게 일일이 개별 영업점 운영 상황을 안내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브랜드 이미지, 은행 신뢰도 등을 고려하면 파업으로 인한 피해 예상 규모는 추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작년 말 기준 전국에 1057개의 지점을 두고 있다. 고객 수는 3110만명이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