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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중독 걱정에 암 고통 참는 환자 많아…통증 강도·동반 질환 등에 따라 조절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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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박성욱 경희대병원 마취통증학과 교수

마약성 진통제 용량 제한 없어
환자 상태에 맞추면 부작용 감소

非마약성 진통제는 내성 없어
함께 복용하면 효과 증대



[ 임유 기자 ] 통증은 가뜩이나 항암 치료로 지친 암 환자의 몸과 마음을 더 힘들게 하는 장애물이다. 암에 걸린 환자가 느끼는 신체적 고통을 ‘암성 통증’이라고 한다. 암세포가 뼈, 신경, 림프관 등 다른 조직에 전이되거나 암조직이 커지면서 주변 기관을 압박할 때 심한 통증이 생긴다. 수술, 방사선 치료, 화학 요법 등 항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증도 암성 통증에 포함된다. 암 발병 초기 환자의 30~45%가 일상에서 불편할 정도의 통증을 느끼며 암이 진행되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 비율은 75~90%까지 증가한다.

환자의 삶의 질을 낮추는 암성 통증을 완화하는 방법은 약물치료, 방사선 치료, 신경 차단 요법 등 다양하다. 그러나 암 환자의 60~70%가 암성 통증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마약성 진통제가 암을 치료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거나 지나치게 사용하면 중독될 수 있다는 등 잘못된 정보가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양을 조절하면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암성 통증 관리는 환자 특성에 따라 맞춤형 계획을 세워 이뤄지고 있다. 박성욱 경희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사진)는 “암성 통증 치료는 환자 상태, 약물 부작용 등 개인별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며 “맞춤형 치료 계획을 바탕으로 약물치료, 중재적 통증 치료, 방사선 치료 등을 아우르는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치료법은 약물을 활용하는 것이다. 환자의 통증 강도, 동반 질환, 전신 상태 등을 고려해 환자에게 적합한 진통제를 투여한다. 암성 통증 대부분이 약물치료로 관리 가능하다. 진통제는 마약성과 비마약성으로 나뉜다. 모르핀, 코데인, 옥시코돈 등 마약성 진통제는 통증 단계와 무관하게 사용된다. 경구 복용이 원칙이다. 장기간 복용하면 내성이 생기거나 신체적 의존성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이를 일반적으로 말하는 마약 중독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강한 통증을 느끼는 환자가 마약 성분에 중독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약성 진통제는 용량 제한이 없다. 그러나 무작정 양을 늘리지는 않는다. 박 교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초기 용량 대비 통증 완화 기간이 짧아질 가능성이 있는데 환자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해 양을 조절한다”고 했다.

아세트아미노펜, 비(非)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같은 비마약성 진통제도 이용한다. 비마약성 진통제는 내성이나 신체적 의존성은 없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복용하면 통증 감소 효과가 커지지 않는다. 반면 부작용만 증가하는 ‘천장 효과’가 있다. 위장 장애가 있거나 감염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게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마약성 진통제와 비마약성 진통제를 함께 사용하는 게 한 가지만 쓰는 것보다 효과가 좋다. 박 교수는 “각각의 용량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약성 진통제를 상대적으로 적게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재적 통증 치료는 척수강(척수가 지나가는 통로), 신경총(신경으로 짜인 망) 등에 약물을 투여해 통증 전달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약물치료로 통증을 조절하기 힘든 환자에게 적용한다. 국소 부위에 나타나는 통증에 효과가 우수하다. 패혈증, 시술 부위 감염, 혈액 응고 장애 등이 있을 때는 피해야 한다. 박 교수는 “중재적 통증 치료는 약물치료와 병행해야 통증 해소 및 진통제 증량에 따른 부작용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 치료만으로는 완전한 통증 치료가 어려워 보조적인 수단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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