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정보기술(IT)기업 NEC가 해저통신케이블의 통신 속도를 30%가량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통신 수요가 늘면서 각국 주요 통신사와 IT업체들이 통신설비 확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어보겠다는 심산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NEC는 일정 시간 내에 해저 케이블에서 보낼 수 있는 정보량을 30% 증가시키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해저 케이블은 광섬유를 통해 빛이 깜빡이는 것을 전송해 정보를 전달합니다. 그런데 거리가 멀어질수록 빛이 약해지기 때문에 중간 중간에 수십 ㎞간격으로 빛을 강하게 증폭합니다. NEC는 증폭기의 성능을 개선하고, 증폭기의 소비전력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1초에 DVD 5000매 분량의 데이터를 해저 케이블로 전송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입니다. NEC측은 신기술을 사용한 제품을 올 봄에 실용화한다는 계획입니다. 통신 속도는 30% 빨라졌지만 가격은 기존 제품과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입니다.
NEC가 이처럼 해저 케이블 시장에 주목하는 것은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와 5세대(5G)이통통신의 상용화, 사물인터넷 등의 보급으로 통신량이 주요국에서 비약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시스코시스템스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통신량은 2022년까지 앞으로 4년간 2.5배 증가할 전망입니다.
해저케이블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도 늘고 있습니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해저 케이블 시장은 유지보수 등 서비스 분야를 포함해 2018년 말 현재 117억 달러(약 13조2000억 원)에 이릅니다. 대규모로 데이터를 소비하는 IT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2016~2020년에 완공되는 세계 해저 케이블망의 3분의1이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출자한 것이라는 분석(미국 시장조사 업체 텔레지오크래피)도 나옵니다.
현재 해저 케이블 시장은 NEC를 비롯해 미국 TE서브컴, 핀란드 노키아 등이 90%가량을 분점하고 있다고 합니다. 글로벌 통신 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중국 화웨이도 이 분야의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는 게 업계 시각입니다.
NEC가 일단 ‘빠른 속·더 많은 정보’를 무기로 내세우며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최근 몇 년간 사세가 위축돼왔던 NEC가 특수 분야지만 공격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 눈에 띕니다. 과연 NEC 생각대로 해저 광케이블 시장에서 NEC가 입지를 넓혀갈 수 있을지, 다른 기업들이 막강한 반격의 카드를 꺼낼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