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송금 시장의 빠른 성장세에 저축은행이 쓴 입맛을 다시고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증권·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 해외송금업을 허용했지만 저축은행에는 여전히 빗장을 걸어 잠근 탓이다.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저축은행 업계의 목소리가 커진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증권·카드사는 건당 3000달러, 연간 3만달러까지 해외송금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해외송금업은 작년까지만 해도 은행과 일부 소액 해외송금업체가 독점했지만, 정부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올해부터 칸막이를 걷었다.
해외송금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은행의 통계를 보면 개인이 해외에 송금한 금액은 2017년 109억4000만달러(약 12조3300억원)로 2016년(약 10조800억원)보다 2조원 넘게 늘었다.
외국인 근로자가 큰 손으로 부상하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 노동자들의 해외송금액(개인 이전소득지급)은 2016년 14억7900만달러(1조6600억원)에서 2017년 34억4000만달러(3조8700억원)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일찍이 해외송금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기획재정부에 여러 차례 의견서를 제출해 해외송금업 허가를 요청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정부는 2017년 7월 핀테크(금융+정보기술) 업체들에 소액해외송금업을 허용했고, 지난해 9월 외환제도 개선안을 발표해 증권·카드사에 해외송금업 빗장을 풀었다.
저축은행 업계 내부에서는 포지티브 규제가 해외송금업은 물론 신사업 발굴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원성이 나온다.
저축은행은 여·수신 업무, 펀드·방카슈랑스 판매, 할부금융 등 표준업무방법서에 열거된 19가지 업무만 할 수 있도록 포지티브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해외송금업은 19개 업무에 포함돼 있지 않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이자 장사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포지티브 규제에 막혀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대출금리 인하와 서민금융 공급 확대 등 저축은행도 포용적 금융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새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