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 시장구조로 개편될 것"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더욱 짙어졌다. 정리해고, 사업 진출 연기 등 'IMF 사태'를 방불케 한다. 암호화폐 업계 진출을 예고했던 대기업들이 줄줄이 연기하고 있는 데다 기존 암호화폐 기업들도 대거 구조조정하거나 사업을 접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어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대형 정보기술(IT)업체 GMO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암호화폐 채굴장비 개발 및 제조, 판매 사업을 중단했다. 4분기에만 380억엔(약 3838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탓이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채굴업체 비트메인도 지난 10일 이스라엘 개발센터 전 직원을 해고한 데 이어 25일엔 본사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50% 이상 감원설이 돌고 있다. 비트메인 측 대변인은 "정확한 해고 인원은 알려줄 수 없다"고만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해 화제가 된 비트코인 거래플랫폼 백트(Bakkt)도 최근 비트코인 선물거래 플랫폼 출시일을 계속 미뤄왔다. 지난달 출시 예정이었으나 미국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사업 인가를 확보 못해 이번달로 연기됐고, 다음달 24일로 조정됐으나 이마저도 연기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후오비도 지난 26일 인력 감축 방침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후오비 글로벌 측 대변인은 "저성과자를 해고해 직원을 최적화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본사는 핵심 비즈니스를 위한 고용 역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단 한경닷컴의 취재 결과 후오비 코리아는 이같은 글로벌 감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 최대 블록체인 기술기업 컨센시스 역시 지난 6일(현지시간) 1200명의 직원 중 13%에 달하는 직원을 해고한 데 이어 불과 2주 뒤인 20일 전체 인력의 50~60%에 대한 정리해고가 진행될 것이란 외신 보도가 나왔다. 몇 주만에 정리해고 폭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암호화폐 시장의 시세하락과 경기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사업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기업들이 잇따르면서 IMF사태가 도래하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IMF사태를 겪으며 경제 체질이 변했듯 암호화폐 업계도 그렇게 될 것"이라며 "이번 혹한기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이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로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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