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가 하루 늦게 온 걸까요.
2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 지수가 사상 최대폭인 1000포인트(1086.25) 넘게 폭등했습니다. 하루 상승률(4.98%)로 따져도 2009년 3월23일 이후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추락하던 국제 유가도 무려 10% 가량 올랐습니다.
이날 폭등은 낙폭 과대가 원인이란 해석이 많습니다.
여기에 ‘연기금 펀드들의 분기말+연말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따른 주식 수요가 640억달러에 달한다’는 웰스파고의 리포트도 있었습니다.
펀드들은 통상 자산 분배를 주식 6:채권 4 이런 식으로 정해놓습니다. 그런데 최근 주식은 폭락하고 채권 값은 급등하면서 이 비율에 불균형이 커지는 바람에 채권은 팔고 주식은 사야할 수요가 많이 생겼다는 겁니다.
이날 폭등세는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스콧 미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가 CNBC방송에 나와 "Fed가 내년에 금리를 인하할 확률이 50%"라고 말한 뒤 커졌습니다.'인상'이 아니라 '인하'입니다.
미너드는 미 동부시간으로 오후 12시반쯤 출연해 "역사적으로 증시에서 이 정도 조정이 있을 때면 Fed가 반응했고 적어도 금리 인상을 중단했다"고 했습니다.
당시 다우는 420포인트쯤 오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상승폭은 급격히 커졌습니다. 시장도 이 말에 동조한 겁니다.
월스트리트의 한 채권 트레이더는 "안그래도 Fed가 금리를 더 이상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언급한 이유는 경기 침체 우려나 트럼프의 비판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Fed가 JP모간, 씨티, 골드만삭스 등 미국 시중은행들에게 퍼주고 있는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 탓입니다.
Fed는 2008년까지는 은행들이 Fed에 맡기는 지급준비금에 대해 이자를 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중 금리를 조정하기 위해선 지준에도 이자를 줄 필요가 있다고 의회를 설득해 2006년 법안이 통과됐고, 마침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2008년부터 이자를 주고 있습니다.
당시 금리는 제로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자는 0.25%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Fed가 금리를 계속 올리면서 초과지준에 주는 이자는 현재 2.20%로 높아졌습니다.
현재 미국의 시중은행들이 Fed에 맡긴 초과 지준은 얼마나 될까요?
무려 1조6600억달러에 달합니다. 이 것도 자산 축소로 인해 많이 줄어서 그렇습니다. 2014년 최고일 때는 2조7000억달러에 달했습니다.
연 2.20%로 따지면 한해 줘여할 이자가 365억달러에 달합니다.
은행들이 고객에게 이자 한 푼도 주지 않는 체킹계좌 등으로 돈을 끌어모아 Fed에만 맡겨도 한 해 수백억달러를 버는 겁니다.
Fed는 시장 금리를 효과적으로 다루려면 지준에 이자를 주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만약 은행들이 1조6000억달러에 달하는 준비금을 Fed에 맡기지 않고 시중에 풀면 Fed가 기준금리를 올려도 시장 금리는 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월가에선 앞으로 이 이슈가 매우 커질 것으로 봅니다.
금리가 낮을 때는 아무도 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지만, 금리가 오르자 “Fed가 월가 은행들에 세금을 퍼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월가에선 "초과지준 이자에 대한 비판 때문에 Fed가 더 이상 기준금리 자체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실제 Fed는 2015년말 이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때마다 그동안 초과지준에 대한 금리(IOER)도 함께 올려왔지만, 지난 6월과 12월 FOMC때는 IOER 금리를 0.25%포인트가 아닌 0.20%포인트만 인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밑도 끝도 없이 Fed를 비판하지 않고, 만약 "Fed가 금리를 올려 월가 은행만 살지운다"고 비판했다면 Fed는 움찔했을 수 있습니다.
어쨌든 Fed의 금리 인상 기조는 끝을 향해가고 있는 듯합니다. 오늘 미너드의 언급을 계기로 뉴욕 증시가 안도랠리를 펼친 배경엔 이런 생각이 깔려있을 수 있습니다.
내년 기준금리 2번 인상은 Fed의 목표 만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을 듯 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