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CEO 인사 후 첫 출근…내부 갈등 또 도지나
"갑작스런 통보에 당혹스러워
회장후보 5명 중 4명 퇴출
조 회장과 아직까지 말도 안해"
조 회장 "후배들 위한 세대교체"
[ 안상미 기자 ]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26일 신한금융의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신한은행장 연임이 무산된 그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위 행장은 신한은행장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를 할 것이라고 밝혀 조 회장과 위 행장 간 갈등이 이른바 ‘제2의 신한사태’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신한사태란 2010년 라응찬 전 회장, 이백순 전 행장과 신상훈 전 사장 간 고소·고발이 벌어진 사건을 말한다.
“자경위 끝나고서야 통보받아”
위 행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신한금융은 5개 주요 자회사 CEO를 회장 후보군으로 육성하고 있다”며 “이번에 회장 후보군 5명 중 4명이 퇴출됐다”고 말했다. 그는 “신한금융지주 자회사 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가 인사를 확정하기 전날인 20일까지 조 회장과 임원 인사에 대해 좋은 분위기에서 논의하고 있었다”며 “자경위가 끝나고 통보를 받아 당황스럽다”고 했다.
위 행장은 “대부분 사람이 임기가 3개월이나 남았는데 은행장 교체 인사를 낸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며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는 “검찰의 과거사위원회 관련 위증 문제가 연관이 있다고 하는데 은행장에 선임될 때 이 문제는 오랜 시간 법적 검토가 된 일”이라며 “이 문제가 퇴출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위 행장의 이 같은 발언은 조 회장의 설명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불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21일 자경위가 끝난 뒤 “이번 인사는 후배들을 위한 ‘세대교체’ 차원에서 단행했다”며 “내정자들이 시간을 두고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경영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 인사 시기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위 행장은 “지난 21일 자경위 이후 아직까지 조 회장과 말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수인계에 시간 걸릴 것”
위 행장은 하지만 신한 내부의 갈등으로 비친 언사는 자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여러 가지 할 말은 많지만 조직 안정을 위해 말을 아끼고 싶다”고 했다. 위 행장은 대신 임기인 내년 3월 말까지 은행장 업무를 보면서 인수인계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임기까지 지내면서 행장 내정자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해달라고 조 회장이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진옥동 행장 내정자가 일본 근무 18년을 포함해 최근 20년간 국내 영업 경력이 없기 때문에 업무 인수인계에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 내부에선 위 행장의 출근길 발언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위 행장이 조직 내부 분열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한은행 관계자는 “사상 최대 실적에 서울시금고 유치 등 큰 성과를 낸 위 행장이 중도 경질된 것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위 행장이 할 말을 한 것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신한은행 내부에선 위 행장이 내년 3월 연임할 것을 당연시하고 있었다. 위 행장이 호실적을 올린 데다 신한금융 자회사 CEO들이 그간 2년 임기에 1년씩 연임해 온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금융계는 위 행장이 1년 뒤 신한금융 회장에 도전할 의사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한 만큼 나중에 갈등이 수면 위로 불거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위 행장은 “앞으로 시간이 있는 만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 행장이 언급한 기회에 대해 금융계는 신한금융 회장에 도전할 기회로 보고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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