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현지업체 제치고 1위
쿠쿠, 올해만 35만 고객 확보
'레드오션' 국내시장 넘어
동남아 시장 공략 가속화
[ 전설리 기자 ] 코웨이 등 국내 렌털업체가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말레이시아 등 일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1위 렌털업체 코웨이가 말레이시아에서 확보한 계정은 이번 달 100만 개를 돌파했다. 올해 예상 매출은 2840억원이다. 쿠쿠도 올해 말레이시아에서 11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SK매직과 청호나이스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 법인을 세우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내 렌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경쟁도 치열해져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말레이시아 휩쓴 한국형 정수기
매달 렌털료를 내면 주기적으로 제품을 관리해주는 정수기 렌털사업은 199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코디(제품 관리 서비스 인력)가 이용자의 집을 방문하는 데 대한 부담감 등으로 해외 진출은 쉽지 않았다. 렌털업체들은 진입장벽이 낮을 것으로 보이는 시장을 물색했다. 말레이시아가 그렇게 찾은 시장이다.
국내 1위 렌털업체 코웨이는 2006년 말레이시아에 법인을 세우고 이듬해 한국형 렌털 서비스를 선보였다. 방문판매에 거부감이 크지 않은 점, 금융 인프라,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초기엔 어려웠다. 생소한 렌털 사업을 알리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코웨이는 포기하지 않고 10여 년간 꾸준히 현지화에 힘썼다. 2010년엔 무슬림 이용자를 위해 정수기 ‘할랄 인증’을 받았다.
2015년엔 코디를 대폭 확충했다. 현재 말레이시아 코웨이 코디와 판매원은 1만2300여 명이다. 코디와 판매원 확대에 힘입어 2015년부터 매출 증가 속도에 탄력이 붙었다. 지난해 건강 마라톤 대회 ‘코웨이 런’을 개최하고, 올해는 공항에 코웨이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등 마케팅을 강화했다. 그 결과 현지 업체를 제치고 1위를 달성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상수도 인프라가 낙후된 데다 최근 도시화와 산업화로 수질 오염이 심각해져 정수기 수요가 늘어난 것도 좋은 실적을 올린 배경”이라고 전했다. 코웨이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도 진출, 동남아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쿠쿠·SK매직·청호나이스도 진출
코웨이의 성공을 보고 쿠쿠홈시스 SK매직 청호나이스도 말레이시아에 진출했다. 쿠쿠홈시스는 2015년 말레이시아에서 렌털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말 누적 계정 25만 개를 넘어섰고, 올해 말 60만 개에 이를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다. 쿠쿠는 스스로 살균하는 직수 정수기 등 차별화 제품을 내세워 시장을 파고들었다. 올 들어 많이 팔린 ‘인 앤 아웃’ 직수 정수기는 이용자가 원할 때 버튼만 누르면 정수기 내·외부를 스스로 살균한다. 판매인력도 7000여 명으로 크게 늘렸다. 쿠쿠는 내년 누적 계정 100만 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말레이시아와 문화가 비슷한 싱가포르 브루나이에도 진출했다. 지난 1월 인도네시아에서도 렌털 판매를 시작했다.
SK매직은 모회사인 SK네트웍스가 해외 렌털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SK네트웍스의 해외법인망을 활용해 해외 진출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이달 초 말레이시아 법인을 세웠다. SK네트웍스는 SK매직의 대표 정수기인 직수 정수기의 한글 발음을 영문 표기한 ‘JIK.SOO(직수)’란 브랜드로 정수기 공기청정기 안마의자 등을 렌털 판매할 예정이다.
청호나이스도 올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에서 정수기 일시금 및 렌털 판매를 시작했다. 베트남엔 생산공장도 세웠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의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아져 성공 가능성이 커졌다”며 “한국도 1990년대 들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서자 정수기 등 환경가전 시장이 열렸다”고 분석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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