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소를 연료로 쓰는 자동차나 연료전지 개발 소식이 활발하다. 여기에 쓰일 수소를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으로 생산할 ‘물 분해 촉매’가 개발됐다. 기존 촉매만큼 안정성을 보이면서 전기는 훨씬 적게 들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UNIST(총장 정무영)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백종범 교수팀은 새로운 물 분해 촉매 ‘이리듐엣콘(Ir@CON)’을 개발해 우수한 성능을 검증했다. 이 물질은 ‘이리듐(Ir)’을 3차원 유기 구조체인 ‘쓰리디-콘(3D-CON)’의 기공 내부에 가둬서 고정시킨 형태인데, 논문으로 보고된 물 분해 촉매 중 가장 높은 효율을 보였다.
수소는 산소와 반응해 전기를 만들고 물만 배출하는 청정 연료다. 연료를 태우는 연소 과정이 없어 이산화탄소 같은 배출물이 없고, 미세먼지를 줄이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소는 천연가스나 화석연료를 통해 얻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피하기 어렵다. 또 수소 운송비용도 높아 이를 해결할 기술적 장애물도 많다.
백종범 교수는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수소를 생산하고, 만들어진 수소의 수송 문제도 해결할 방법은 ‘물의 전기분해’”라며 “물 형태로 운반하고, 수소가 필요한 장소에서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얻는 기술의 핵심은 ‘좋은 촉매’다. 그 조건은 물을 수소로 바꾸는 효율이나 내구성, 가격 경쟁력 등이 있다. 특히 물의 산도(pH)에 영향 받지 않고, ‘낮은 전압’에서 수소를 발생시키는 게 필수 조건이다.
백종범 교수팀은 지난해부터 루테늄(Ru) 기반의 촉매(Ru@C₂N, Ru@GnP)를 합성해 수소를 얻는 경제적인 방법을 제시해왔다. 특히 루테늄엣씨투엔(Ru@C₂N)은 기존에 보고된 수소발생 촉매 중 가장 낮은 과전압을 보였는데, 이번에 개발된 이리듐엣콘이 이 기록을 넘어섰다.
이리듐(Ir)은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백금(Pt)보다 우수한 촉매다. 하지만 원소끼리 뭉치는 응집 현상(Aggregation)이 나타나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에서 백종범 교수팀은 이리듐 입자의 응집을 막는 방법을 찾았고, 성능도 검증했다.
다공성 3차원 구조체(3D-CON) 내부에 고정된 이리듐은 응집되지 않았고, 이론적으로 예측된 성능을 보였다. 특히 물의 산도(pH)에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다른 금속 촉매와 비교해도 과전압이 가장 낮았다.
백종범 교수는 “이론적으로 예측했지만 누구도 실험으로 구현하지 못했던 이리듐의 수소 발생 성능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접근해 실험적으로 규명한 최초 사례”라며 “이리듐엣콘은 현존하는 물 분해 족매 중에서 가장 낮은 에너지 손실률과 가장 높은 전류량 대비 성능을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에 개발한 나노 입자의 응집을 막는 기술은 나노재료과학 분야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학문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잠재적 가치가 높다”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12월 27일(목)일자 뒷표지로 출판됐다. 제1저자는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자비드 마흐무드(Javeed Mahmood) 연구교수와 모신 알리 라자 안줌(Mohsin Ali Raza Anjum) 연구원이며, 교신저자로 정후영 교수와 이재성 교수도 참여했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연구)과 교육부-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BK21 플러스사업, 우수과학연구센터(SRC), 미래소재 디스커버리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