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카드가 내달 중순부터 무기명 선불카드(기프트카드) 판매를 접기로 결정했다.
최근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핀크'와 손잡고 만든 기명 결제전용 선불카드는 방송인 유병재의 얼굴을 카드 전면에 실어 시장의 호응을 받았지만 고객 수요가 줄어든 무기명 선불카드는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21일 하나카드에 따르면 내년 1월 21일부터 무기명 선불카드인 'YES GIFT 카드'의 판매를 중단한다.
하나카드는 이미 지난해 1월 '내 카드', 올해 7월 'BC GIFT 카드' 등 이전에 있던 무기명 선불카드의 판매도 접었다.
현재 국내 7개 전업카드사에서 모두 선불카드를 선보이고 있으나 해당 카드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한 곳은 하나카드가 유일하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현재 선불카드 판매를 은행 영업점에서 하고 있는데 판매 비중도 크지 않을 뿐더러 영업점에서는 선불카드 판매, 자재관리 등 업무 부담만 가중된다는 판단에 결국 무기명 선불카드를 아예 없애기로 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선불카드가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부정청탁법이 도입되면서 선불카드를 접대나 선물용으로도 쓸 수 없게 되자 사용이 줄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는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 등 각종 혜택이 있지만 선불카드는 이런 혜택이 없어 고객들이 써야 할 이유도 크지 않은 점도 사용이 줄어드는 원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한카드(374억2400만원), 롯데카드(231억5100만원), KB국민카드(196억700만원), 우리카드(148억4800만원)의 선불카드 이용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9%, 11.4%, 4.9%, 11.8% 감소했다.
다만 같은 기간 하나카드의 선불카드 이용실적은 328억5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8% 증가했다.
이에 대해 하나카드 측은 해당 결과는 지난해 출시한 하나멤버스 포인트카드의 영향일 뿐 실제 무기명 선불카드 이용 실적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불카드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돈이 안 되고 관리가 어려운 상품이다.
과거에 카드사들은 소비자들이 선불카드를 사용하고 환불받지 않은 잔액을 수익으로 챙길 수 있었으나 2016년부터 선불카드를 60% 이상 사용하면 잔액을 현금으로 돌려주도록 약관이 바뀌었고 그나마 있던 수익도 지난해부터는 여신금융협회가 만든 사회공헌재단에 기부하도록 금융 당국이 독려하고 있어 남는 수익이 없다.
또 한 번 발급 받으면 몇 년을 사용하는 신용카드와 달리 선불카드는 처음 발급받을 때 충전한 금액만큼만 사용하고 버리는 경우가 많아 발급비용은 신용카드와 비슷한데 사용액은 작아 그만큼 비용 부담이 크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선불카드는 주로 선물 목적으로 판매됐으나 김영란법 시행 이후 그 수요가 많이 줄었다"며 "카드사 입장에서 선불카드가 수익에 도움되는 매력적인 상품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일부 개인, 법인 고객들의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에 판매를 중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유병재 카드'로 불리는 핀크카드는 발매 4일만에 1만좌를 돌파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핀크는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합작한 핀테크 회사로 금융과정보통신기술(ICT)의 결합을 통한 생활금융플랫폼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같은 흥행 요인은 결제와 포인트 적립에서 소비자 편의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기존 선불카드는 카드 당 하나의 계좌만 연결할 수 있었으나 핀크카드는 제휴은행 중 최대 5개까지 계좌를 연결할 수 있고 카드 이용월의 실적에 따라 핀크머니 적립도 한도 없이 제공한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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