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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제로페이' 첫발…소상공인들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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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30초 만에 커피 결제 시연
기존 결제업체와 경쟁 등 과제 '산적'

年 매출 8억 이하 수수료 '0'
강남·영등포 지하쇼핑센터 등 가맹점 밀집지역서 서비스 개시
시범 시행 후 내년 3월 확대

소상공인 가입률 3% 불과
"공무원 찾아와 권유 받았지만 가입 필요성 못 느껴 거절"

기존 카드와 수수료 큰 차이 없어
무료 송금수수료 지속 여부 관건



[ 임락근/강경민 기자 ]
20일 오전 11시20분께 서울시청 인근의 한 카페.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메리카노 커피 두 잔을 주문했다. 휴대폰을 꺼내 간편결제 앱(응용프로그램)을 작동시킨 뒤 QR코드를 인식해 ‘5600원’을 입력하고 결제 버튼을 눌렀다. 얼굴 인식을 통한 본인 인증을 거치자 결제가 완료됐다. 주문부터 결제까지 걸린 시간은 약 30초였다.

서울시가 ‘제로페이 서울’의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제로페이 서울은 자영업자들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서울시가 개발한 모바일 직거래 결제 시스템이다. 하지만 가입률이 3%에 불과한 데다 다른 간편결제 수단들과의 경쟁, 플랫폼 유지 비용 발생 등으로 벌써부터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남 등 지하쇼핑센터 중심으로 시작

서울시는 이날부터 강남 고속터미널 지하쇼핑센터, 영등포역 지하쇼핑센터 등 가맹점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제로페이 결제가 시작됐다고 발표했다.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롯데리아 등 26개 프랜차이즈들은 직영점에서 제로페이 결제를 받는다. 소비자들은 은행이나 간편결제 앱을 이용해 제로페이를 이용할 수 있다.

제로페이가 가능한 은행은 국민·기업·농협 등 20개며, 간편결제사는 네이버페이·페이코·하나머니고·머니트리 등 네 곳이다. 제로페이 결제 시 소상공인이 부담하는 수수료율은 △매출 8억원 미만은 0%, △매출 8억~12억원은 0.3% △매출 12억원 초과는 0.5%다.

서울시는 시범서비스 결과를 보완해 내년 3월 이후 정식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QR코드 결제 방식도 근접무선통신(NFC) 결제 등 더 다양화하고 서비스 지역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제로페이 사용자의 소득공제율은 30%로 시작한다. 내년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되면 소득공제율은 40%로 올라간다.

가입 가맹점 3% 불과

제로페이가 낮은 수수료와 사용자 소득공제 확대 등을 내걸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현재 제로페이 가맹점은 서울 지역 전체 소상공인 66만 명의 3%가량에 해당하는 2만여 곳에 불과하다. 서울 종로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40대 이모씨는 “며칠 전 공무원들이 와서 제로페이 가입을 권유하고 갔다”며 “가입 과정이 번거롭고 당장 필요성을 못 느껴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날 박 시장이 제로페이를 시연한 카페 옆 치킨집 관계자는 취재진이 몰려 가게 앞이 붐비자, “제로페이엔 관심도 없으니 영업 방해나 하지 말라”고 소리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신용카드사와 밴(VAN·결제대행)사들이 오랜 기간 다져놓은 인프라도 제로페이가 넘어야 할 산이다. 서울시 사업체의 65%가량이 카드 가맹점이다. 카카오페이 등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다른 간편결제 사업자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내년부터 인하되는 카드수수료율(△매출 8억원 미만 0.8~1.4% △매출 8억~12억원 1.4~1.6% △매출 12억원 초과 1.6%)과 비교해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도 제로페이 가입자 확대에 걸림돌이다.

현재 무료인 송금 수수료를 은행들이 얼마나 유지할지도 불투명하다. 서울시 소상공인 66만 명이 모든 결제를 제로페이로 할 때 은행이 포기해야 하는 수수료는 연간 약 760억원에 달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제로페이 플랫폼 구축에 39억원을 들였고, 매년 35억원가량을 운영 비용으로 부담해야 한다”며 “언제까지 수수료를 무료로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임락근/강경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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