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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가 콜센터 상담원 보호에 나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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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익 산업부 기자) 소설가 김의경 씨의 장편소설 ‘콜센터’는 피자 주문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일하는 스물다섯 살 청년 다섯 명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소설입니다. 콜센터는 특별한 자격이나 경험이 필요하지 않고 바로 일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일하곤 합니다. 시간제 근무여서 남는 시간에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요.

하지만 콜센터 근무가 마냥 편한 것은 아닙니다. 불특정 다수와 전화를 하다보니 소위 ‘진상’ 고객들을 만날 일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은 상담원의 응대 자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십 번 전화를 걸어 상담원을 괴롭힙니다. 폭언과 더불어 언어적 성폭력을 겪는 경우도 많습니다. 감정노동의 피해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콜센터 상담원입니다.

김씨는 자신이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콜센터’를 집필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경험담이 아니라 본인이 겪은 일이어서 작품 속에 생생한 ‘갑질’ 사례를 담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등단작이자 제2회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작인 ‘청춘파산’에서도 꿈과 희망보다 생존에 내몰린 청춘의 삶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습니다. ‘콜센터’ 역시 제6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작품을 심사한 신수정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콜센터’는 케이블에 저당 잡힌 청춘의 보고서라고 할 만하다”라고 호평했습니다.

콜센터 상담원들은 잦은 스트레스로 인해 무기력증과 우울감을 자주 느낀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되곤 합니다. 이에 국내 기업이 콜센터 상담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습니다. GS칼텍스는 상담원에 대한 폭언을 차단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상담원도 누군가의 가족임을 떠올릴 수 있는 목소리를 통화연결음에 넣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그것이 ‘마음이음 연결음’이란 프로젝트로 탄생했습니다.

마음이음 연결음을 적용한 회사 콜센터에 전화를 걸면 “제가 가장 사랑하는 우리 엄마가 상담해드릴 예정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착하고 성실한 우리 딸이 상담드릴 예정입니다. 잠시 기다려주세요”라는 멘트가 나옵니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한 기업에 마음이음 연결음을 적용하자 상담원들의 스트레스가 54.2% 감소했습니다. 고객의 친절한 한마디도 8% 늘었고, 고객이 친절하게 말할 것이라는 기대도 25%가 늘었다고 합니다. 이를 주제로 한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어 지난해 ‘2017 대한민국 CSR 필름페스티벌’에서 대상인 국무총리상을 수상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세계 3대 광고제로 꼽히는 뉴욕페스티벌 광고제에서 공익 부문 은상과 상품·서비스 부문 동상을 수상했습니다.

비대면 접촉이 늘어나고 있는 세상이라지만 어떤 일이든 결국은 사람이 처리하게 됩니다. 우리는 사람 얼굴을 마주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화기 너머에, 랜선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자주 간과하게 됩니다. 김씨의 소설과 ‘마음이음 연결음’ 프로젝트는 그동안 우리가 신경쓰지 못했던 문제를 바라보고 이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끝)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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