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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갈등' 금융위-금감원…앞으로도 '지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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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인원 감축 둘러싼 대립 일단은 봉합됐지만…
올들어 부쩍 잦아진 갈등

금융위, 금감원 예산 2% 깎고 1~3급 직원 30% 이하 감원 요구
금감원 노조 "이 예산으로 일 못해…민형사상 책임 물을 것" 반발

금융위, 막대한 권한 있지만 금융정보는 금감원이 쥐고 있어
키코 재조사·삼성바이오 등 중요 사안마다 다른 의견 내



[ 박신영/강경민 기자 ] 금융위원회는 19일 정례회의를 열어 금융감독원의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2%가량 줄어든 3556억원으로 확정했다. 금감원의 내년 총 인건비도 올해보다 0.8% 늘어난 2121억원으로 정했다. 또 금감원의 1~3급 직원 비중을 30% 이하로 줄이라고 요구했다.

금융위는 이번 결정에 따라 금감원과의 갈등이 모두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당초 금감원 예산 ‘5% 축소’를 ‘2% 축소’로 완화했고, 1~3급 직원 감축 역시 금감원 자율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감원 노조는 “금융위가 개혁성향 비관료 출신 금감원장에 예산으로 갑질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3일에도 “금융위가 금감원의 예산과 조직을 통제함으로써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며 “금융위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8년부터 시작된 악연

금감원 노조는 금융위가 윤석헌 금감원장을 타깃으로 예산권을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가 비관료 출신인 윤 원장을 ‘손보려’ 한다는 게 금감원 노조의 주장이다. 금융계와 학계는 이 같은 갈등은 20년 전 갖춰진 금융감독체계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20년간 끊임없이 ‘밥그릇 싸움’ 논란에 휩싸였다. 금융위의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는 1998년 4월 출범했고, 금감원은 1999년 1월 은행·보험·증권 감독원이 통합·설립됐다. 금감위는 감독 전반을 총괄했고 실제 집행은 금감원이 담당했다. 이후 2008년 금융위가 새로 출범하면서 금융정책과 감독에 대한 권한을 가져갔고, 금감원은 금융위로부터 감독집행 권한을 위탁받았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20년간 금융업계 관할 권한을 둘러싸고 잦은 충돌을 빚었다.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2004년 8월 취임하자마자 금감위와 금감원 간 갈등 봉합에 나섰다. 당시 금감위가 금감원 의견을 검토해 결과를 서면 통보하는 것에서 끝내려 하자, 금감원이 이를 수정해 재차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하며 강력 반발했다. 윤 위원장은 당시 금감원에 해당 권한을 약속하면서 갈등을 일단락지었다.

2008년 새로 들어선 이명박 정부가 금융감독기구를 개편하면서 금융위와 금감원은 또다시 크게 충돌했다. 금융위는 “금감원은 현장 감독만 하면 된다”고 주장한 반면 금감원은 “금융권 임직원과 금융회사에 대한 중징계만 금융위에서 결정하면 된다”며 맞섰다. 이 논란은 기관 및 임직원에 대한 제재 중 중징계 이상만 금융위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경징계는 금감원장이 조치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2011년에도 두 기관은 금융회사와 임직원 중징계 제재권한을 두고 맞붙었다. 금융위가 금감원 소속으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치하고 금융회사와 임직원 중징계 제재권한을 금융위로 이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내놨다. 금감원은 강력 반발했고, 이 법안이 국회를 아직 통과하지 못하면서 갈등은 수면 아래 잠긴 상태다.

금감원 “금융위의 윤석헌 길들이기”

올해는 다른 때보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대립이 잦았다. 5월엔 삼성증권 배당사고와 관련해 금융위와 금감원이 다른 의견을 내놨다. 금감원은 삼성증권 징계 수위에 대해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금융위는 “형사 처벌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서 정점을 찍었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가 금감원에 재감리를 명령했지만 금감원이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 같은 대립에 업계에선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 원장 모두 소신을 굽히지 않는 성향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뚝심있게 정책을 밀어붙이는 스타일이고, 윤 원장은 학자 시절부터 줄곧 감독기구의 독립성 확보를 주장해와서다. 윤 원장은 금융위에 금감원이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금융위가 금감원 예산안을 확정한 이날 최 위원장은 송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융위는 감사원이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요구한 그 이상은 (금감원에 요구한 일이) 절대 없다”며 갈등설을 해명했다. 하지만 금감원 노조는 “알아서 기던 낙하산 원장과 달리 할 말 하는 원장을 만나 예산심사를 통해 기를 꺾어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금융업계에선 금융위와 금감원이 20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끝이 없는 지뢰밭에서 계속해서 평행선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감원 노조는 “이번 예산안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에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신영/강경민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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