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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투자자 울리는 가상화폐 '가짜뉴스'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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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루머부터 투자사기 수준까지
"제도권 안착하면 자연히 줄어들 것"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다수 외신이 익명의 제보자를 인용해 "홍콩 거래소가 세계 최대 비트코인 채굴업체 '비트메인'의 기업공개(IPO)를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상화폐(암호화폐) 비트코인캐시의 창시자 우지한이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곳인 만큼 투자시장에 상당한 파급력이 있는 뉴스였다.

하지만 다음날 홍콩 거래소 대변인은 이를 루머라고 밝혔다. 단 이 대변인의 답변을 전한 해당 보도 역시 "우리는 루머에 대해 일절 코멘트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이 전부다. 어느쪽 말을 믿어야 할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사실 이같은 사례는 암호화폐 업계에서 흔한 일로 치부된다. 일례로 지난달 "프랑스가 내년부터 담배가게에서 비트코인을 팔기 시작한다"는 보도에 이튿날 프랑스 중앙은행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특히 올 하반기는 유독 비트메인과 관련된 '가짜뉴스'가 많았다. 올 8월 일본의 정보기술(IT) 공룡 소프트뱅크, 중국 IT 기업 텐센트 등이 비트메인의 사전 IPO에 참여했다는 뉴스가 나와 눈길을 끈 적 있다. 이 뉴스 또한 사실무근이었다.

켄이치 유아사 소프트뱅크그룹 기업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그룹사 및 비전 펀드는 비트메인과 관련해 어떠한 형태로도 거래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텐센트 관계자 역시 투자한 바 없다고 답변했다. 심지어 지난해 비트메인의 초기 자금모집에 참여했다고 알려져 정설처럼 퍼졌던 펀드사 DST글로벌도 비트메인에 투자한 적 없는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후에도 비트메인은 지난달 "우지한 공동대표가 이사직을 상실해 사업 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내용의 뉴스에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등 진위 공방이 반복됐다.


왜 이러한 뉴스들이 양산됐을까. 우선 의도적인 경우가 있다. 익명 제보자 또는 공신력이 부족한 매체 인용으로부터 시작된다는 특징이 보인다. 그동안 비트메인을 둘러싼 여러 가짜뉴스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당사자에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진 케이스다.

두 번째, 비즈니스 관련 문제로 인해 정확한 언급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비밀유지 서약이나 각종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사실 확인을 회피하는 것이다. 세 번째, 기업 내부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빚어진 오해도 있다. 가령 A기업 대표가 B기업 대표를 단독으로 만나 투자를 약속 받았는데, 실무자들은 미처 파악하지 못해 대외 메시지에 혼선을 빚을 수 있다.

두 번째나 세 번째 이유는 차치하더라도, 암호화폐 업계의 가짜뉴스가 대부분 의도적으로 만들고 퍼뜨린 것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 산업에서 이처럼 가짜뉴스가 판 치는 것은 아직 암호화폐가 제도권 내로 진입하지 못한 까닭으로 풀이된다. 그렇잖아도 가짜뉴스 판별 기준이 애매모호한 터에 법률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려 위법 요소를 판단하기엔 암호화폐는 일단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4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주식시장에서도 시세조작을 목적으로 한 가짜뉴스 제작·유포 등의 행위를 가려내기 쉽지 않다. 암호화폐 시장은 더할 수밖에 없는 상황. 전문가들은 "암호화폐가 제도화돼 재산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면 이러한 가짜뉴스는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화된 기존 제도권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건전한 성장을 위해 제도권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어떤 면에선 역설적인 상황과 맞닥뜨렸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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