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활력 회복’을 내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데 이어 경제관료들에게 ‘시장과의 소통’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어제는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를 방문해 “그간 산업계의 어려운 점을 경청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경청 부족’을 뼈 아프게 자성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도 내놓았다.
경제 행보를 가속화하면서 내놓은 처방도 기대를 모은다. 문 대통령은 산업부 간부들에게 “기업들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속도감 있는 단기대책을 세울 것”을 지시했다. 급격한 정책 변화에 휩쓸리며 생존의 기로에 선 기업이 급증한 상황에서 재빠른 대응을 주문한 대목이 주목된다. 그런 점에서 연말로 단속·처벌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주 52시간 근로제’ 관련 보완조치야말로 ‘속도감 있는 대책’이 당장 필요하다. 보완 입법이 없다면 내년 정초부터 형사처벌이 잇따르며 기업인 범법자가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제도 개선 과제’를 엊그제 고용노동부와 국회에 긴급히 건의하면서 보완입법 시까지 계도기간 연장을 요청한 것은 그런 배경에서다.
문 대통령이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한 적극적 보완 의지를 밝힌 만큼, 차제에 유연근로제 논의도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탄력근로제 기간만 해도 한국은 3개월에 불과하지만,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은 대부분 1년이다. 전문직 종사자에게 근무 자율을 부여하는 ‘재량근로시간제’ 확대도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의류, 신문·방송 등 업종으로 제한돼 있지만, 일본만 해도 게임개발자 애널리스트 변호사 등 대상이 훨씬 넓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가 필요한 ‘인가 연장근로’를 재난이 있을 때로 못박은 것도 산업현실과 동떨어진 조치다. 석유화학 조선 건설 등에선 업종 특성상 집중 근로가 필수적인데 날벼락을 맞게 됐다.
유연근무 확대는 4차 산업혁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주제다. 프로젝트성 업무가 많은 ICT(정보통신기술)업계는 탄력근로제 개선이 없으면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한다. 중소·중견기업에서도 인재 유치를 위해 유연한 근무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96%가 도입 결과에 만족한다는 조사가 있을 정도로 유연근로제는 노동자들도 원하는 제도다. 유연근로제 확대를 더는 미룰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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